일본 수출규제 대응 추경예산, 한계기업에 지원... 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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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대응 추경예산, 한계기업에 지원... 혈세 낭비
  • 김용숙 기자
  • 승인 2019.11.08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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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와 무관한 화장품기업이 지원대상에 선정돼 지원금 인건비로 사용
일본 수출규제 피해와는 관계없는 인건비, 기업의 운전자금으로 지원금을 쓰기도
이종배 의원, 정책지원금 남발 문제점 지적... 산업부·중기부에 제도 개선 촉구
이종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8일 국회 예결위에서 무분별한 정책지원금을 남발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에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copyright 데일리중앙
이종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8일 국회 예결위에서 무분별한 정책지원금을 남발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에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용숙 기자]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예산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못하는 한계기업에 지원돼 예산매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8일 국회 예결위에서 나왔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2732억원을 추경에 편성해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정책자금을 집행했다. 

그러나 일부 R&D사업에서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해 기업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한계기업'에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 추경예산이 허투루 쓰이고 잇다는 지적이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현금 흐름이 3년 연속 마이너스인 기업을 말한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8일 "한계기업은 정부 등 외부의 지원으로 간신히 파산을 면하고 있어 R&D 과제 수행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고 설령 과제를 완료해도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아 사업화·상용화 등을 위한 후속 투자가 어럽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책자금이 연구개발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좀비기업의 연명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과거 국회에서 수차례 지적됐으나 올해 추경 R&D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산업부의 기업 지원 사업인 4개 R&D사업을 통해 예산을 받은 전체 기업 225개 가운데 재무정보가 확인된 기업은 190개다. 이 중 한계기업은 11개(5.8%)로 조사됐다..

이종배 의원은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게 과도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퍼주기 논란을 제기됐다.

앞서 중기부의 경우 지난 1일 소재·부품 R&D사업인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에 154개 기업을 선정했다. 재무정보가 있는 기업 125개 중 한계기업은 9개(7.2%), 지원액은 46억5000억원으로 확인됐다.

2019 추경예산 소재·부품·장비 R&D지원 예산현황(단위: 백만원).copyright 데일리중앙
2019 추경예산 소재·부품·장비 R&D지원 예산현황(단위: 백만원).
ⓒ 데일리중앙

이종배 의원은 중기부 역시 한계기업을 판별할 재무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업부와 마찬가지로 추후에 사업화 등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한계기업에 R&D지원 예산이 흘러들어가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R&D지원뿐만 아니라 일봉의 수출규제 피해 지원을 위한 정책자금 예산도 엉뚱한 곳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중기부는 추경을 통해 △일본 수출피해 기업 지원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500억원 배정 △소재·부품·장비 시설투자 촉진을 위한 신성장기반자금 300억원 △R&D기술 사업화 지원을 위한 개발기술사업화자금 200억원을 편성했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의 경우 일본 수출규제 피해와 무관한 기업들의 원자재 구입비, 인건비 등 운전자금에 쓰이고 있음이 드러나 논란을 낳고 있다.

냉동굴 등 수산물을 주로 수출하는 A기업은 '수출감소로 인한 다국적 수출라인 확보'를 목적으로 2억5000만원을 융자지원 받았으나 수출 판로 및 시장 개척이 아닌 학꽁치, 바지락 등 원재료 구입에 사용했다.

이 기업의 사업계획을 보면 '다국적 수출 라인 확보'이지만 수출 판로 및 시장 개척 비용은 0원이다.

일본 수출규제와 전혀 무관한 화장품기업이 지원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출이 감소했다면서 수출할 물량을 대량으로 구매하겠다는 앞뒤 안맞는 자금 신청서를 중진공이 승인한 것이다. 

화장품 용기를 주로 생산하는 B기업은 '신규브랜드 런칭으로 인한 일시적 매출감소'라는 이유로 자금을 신청했다. 자금 신청 사유가 일본 수출규제와 전혀 무관함에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원금 2억원을 원자재 구입과 인건비로 사용했다.

이러다 보니 일본 수출규제 피해와 무관한 기업에 예산 퍼주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시설 및 투자 지원에 쓰여야 할 '신성장기반자금' 역시 지원 목적과 맞지 않는 원자재 구입, 인건비 등 기업의 운전자금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합금을 주로 생산하는 C기업은 생산설비 확장, 자동화설비 구축 명목으로 7억원을 지원받았으나 자금소요 내역에는 시설 및 투자자금 계획은 전혀 없고 원자재 구입이 전부였다..

수출물량 상승으로 원자재를 추가 구입하겠다는 기업에 시설자금이 지원되기도 했다.

실제 컴프레셔 휠을 생산하는 D기업은 사업계획에 시설·투자가 아닌 '재고물량 생산'을 위해 자금을 쓰겠다고 밝혔다. 시설투자 지원이라는 자금 용도와 맞지 않음에도 5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종배 의원은 이날 국회 예결위 질의에서 일본수출 규제 대응 R&D 지원 및 융자사업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제1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에서 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를 신설해 2024년까지 매년 2조원 이상을 R&D지원, 정책자금 확대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경을 통해 편성한 소재·부품·장비 R&D예산을 보면 이자비용도 내지 못해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없는 한계기업까지 지원했음이 나타났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또한 일본 수출규제 대응 정책자금 역시 본래 취지와는 달리 허투루 쓰이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는 R&D예산을 늘리는 데만 급급할게 아니라 정부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에 예산이 얼마나 지원됐는지 전수조사하고 역량있는 기업에 R&D지원금이 쓰일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책자금 수혜기업 역시 전수조사해 지원대상이 아닌 기업에 지원된 예산, 자금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예산은 회수할 것을 촉구했다.

김용숙 기자 news7703@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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