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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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밀양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9.11.10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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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길 모퉁이에 이르렀다
내 뺨에 눈물이 아롱졌다
내 모든 감성과 이상, 이데아의 탯줄이 묻혀 있는 밀양.copyright 데일리중앙
내 모든 감성과 이상, 이데아의 탯줄이 묻혀 있는 밀양. (삽화=김진호)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우리가 매일 행복하진 않아도 행복한 일은 늘 있는 거 같다. 

밀양
어둠이 낮게 깔린 거리를 
걷다 보니 
길 모퉁이에 이르렀다. 

부드럽고 친밀한 광경이 포근하게
내게 다가왔다.

삽화=네이버블로그 copyright 데일리중앙
삽화=네이버블로그
ⓒ 데일리중앙

난 주저앉았다.
두 뺨에 눈물이 아롱졌다.

누군가 다가와
날 일으켜 세웠다.

초등학교 동창,
40년 만에 보는 친구다.

밀양 동문고개
어제부터 1박2일 초등학교 동창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페루로 이민간 친구도, 미국에 사는 친구도, 인도네시아에서 사업하는 친구도 왔다.

밀양 동문고개.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리고 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밀양 동문고개.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리고 있다.
ⓒ 데일리중앙

어릴 적 단짝이 내게 물었다.
로빈 윌리엄스, 밀라 쿠니스 주연의 영화 '앵그리스트맨'에서처럼 의사가 나에게 90분 뒤에 죽을 거라 한다면 뭘 할 거냐고. 

내가 대답했다.
살면서 늘 그리워했던 엄마를 애타게 부르다 죽을 거라고-. 

그리고 난 주접떨지 않고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 냉큼 죽어버릴 거라고. 여수 돌산도 향일암 동백꽃처-럼.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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