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학교에 따라 차별받는 세상, 내 자식의 미래가 돼도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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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학교에 따라 차별받는 세상, 내 자식의 미래가 돼도 좋습니까"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9.11.26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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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설훈 국회의원,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촉구
"고귀한 인간의 가치를 성적만으로 평가하는 데 우리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한양대 로스쿨·수출입은행 출신학교 등급제 실시 등 사회 곳곳 학벌차별 똬리
사회의 질곡을 막기 위해 출신학교 차별 없는 '공정한 채용 제도' 법제화 시급
설훈 의원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사교육 죽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민주당 설훈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권 대물림 교육 중단을 위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의 연내 통과를 강력히 촉구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민주당 설훈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권 대물림 교육 중단을 위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의 연내 통과를 강력히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우리나라는 평가 기준이 성적 외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고귀한 인간의 가치를 성적만으로 평가하는 데 동의할 수 없습니다." (고2 학생)

"20대 초반에 4년 간 다닌 학교 이름 하나로 한 인간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세상, 지방대는 우리대학보다 서열이 낮으니 같은 급으로 취급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생각하는 세상,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안전장치 하나 없는 일터로 내몰려 언제 목숨을 잃을 지 모르는 두려운 세상, 이런 세상이 정상적이고 살만한 세상이며 내 자식의 미래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까?"

학부모 전선영씨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국회를 향해 이렇게 묻고 "그렇지 않다면 당장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제정합시다"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설훈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권 대물림 교육 중단을 위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연내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6년 4월 26일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운동'을 출범시키고 그해 5월 24일부터 국민운동을 시작했다.

전국 50여 개 지역 조직과 함께 서명운동에 돌입해 지금까지 1만8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16명의 여야 의원 전원에게 전달했다.

설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고 "80%의 국민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교육을 죽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발표된 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77.4%의 응답자가 '특권 대물림 교육'의 해소 방안으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한국 사회에서 출신학교를 '현대판 신분제'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회에는 출신학교 차별금지 관련 법안이 6개 정도 제출돼 있다. 시민단체와 설훈 의원은 교육위, 환노위 등 각 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법안을 하나로 묶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 들어 학력·학벌 차별 관행 철폐를 위해 공공부문의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해 성과를 내고 있지만 민간기업으로의 확대는 요원한 현실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특권대물림 요소(구직자의 부모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와 편견적 요소(구직자의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학력 및 출신학교 등)를 가리고 기업이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뽑는 방식이다. 

이를 추진한 지 2년, 2018년 11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한양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성과를 분석했더니 긍정적인 결과나 나왔다. 블라인드 채용 뒤 명문대 출신 신입사원은 줄고 지방대 출신 신입사원은 늘었다. 출신대학 수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출신학교(학벌)에 따른 차별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2014년 한양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시의 출신학교 등급제를 비롯해 △하나은행의 특정대학 우대 채용 비리 △홈앤쇼핑, 신한은행,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채용 시 출신학교 등급컷 활용 등 그간 드러난 사례들은 출신학교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 문제가 만성적 부조리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출신학교는 입시와 채용에서의 차별을 넘어 한국사회에서의 특권이 대물림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러한 사회의 질곡을 막기 위해서는 출신학교 차별 없는 '공정한 채용 제도'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 전선영씨는 "특정대학 출신이 더 유능하다는 미신 같은 인식이 바뀌려면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이 잘못이고 금지돼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 이 법을 기준으로 나쁜 관행을 일상에서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기업과 학교가 이렇게 출신학교 등급제를 암암리에 운영해 출신학교 차별을 관행처럼 운영하며 학벌주의를 키워온 사이에 교육은 황폐화되고 인간의 존엄은 무너지고 있다"며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당위성을 역설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바라고 여러 여야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해놓고도 정작 해당 상임위에서는 법안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새달 9일 정기국회가 막을 내리면 20대 국회는 사실상 문을 닫는다고 봐야 한다. 이 때까지 해당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본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상임변호사는 "이제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린 시점에서 20대 국회는 그 책임을 다해 국민들의 마음을 준엄히 받아 안고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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