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16일 "오늘 국회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개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디. 여야의 충돌 등 폭력 사태를 우려해 이날 오후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 원내대표회동을 소집했지만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민수 국회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야 정치권에게 조속한 시일 안에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대해 합의해 달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여야 합의를 강조한 이러한 문 의장의 의지는 민주당이 이른바 '4+1 협의체' 협의를 이유로 밀어붙이고 있는 선거법 등 쟁점법안의 강행 처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희상 의장은 또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민주주의)'는 온데간데 없고 '비토크라시(반대)'만 난무하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자괴감을 는낀다"고 말했다고 한 대변인이 전했다.

문 의장은 최근 잇따른 국회 대치 상황과 농성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부끄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변인은 "문 의장은 지금의 국회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만 연출해 부끄럽고 부끄럽다. 매일같이 모욕적이고 참담한 심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태극기부대 등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시민 수천명은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태극기와 성조기, 해병전우회 등의 깃발을 펄럭이며 국회 본청을 진입하다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마지막 결전가(자유 결전가)' 등의 노래를 부르며 "독재정권 타도" "민주당 해체" "문희상 사퇴" "대한민국 수호" 등을 외쳤다.

이들 가운데 1000여 명은 현재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농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급기야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야 정치인 모두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집권여당은 물론 제1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제발 상식과 이성을 갖고 협상에 적극 나서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니탓 공방과 함께 '내 갈길을 가겠다'며 마이 웨이(My way)'를 고집하고 있어 국회 정상화가 언제 이뤄질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석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