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강헌과 '홀리데이'... 그리고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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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과 '홀리데이'... 그리고 이재용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0.01.1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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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하며 세상 향해 '무전유죄, 유전무죄' 외쳤던 '지강헌 사건'
재벌총수에겐 한없이 다정다감하고 온순한 법... 우리는 과연 법 앞에 평등한가
1970년 디스코 유행을 이끈 영국 출신 호주 3인조 록 밴드 비지스.copyright 데일리중앙
1970년 디스코 유행을 이끈 영국 출신 호주 3인조 록 밴드 비지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비지스의 '홀리데이(Holiday)'를 듣고 있다.

음울하고 몽환적인 멜로디가 색깔을 쏘옥 뺀 흑백 화면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88서울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1988년 10월 8일 지강헌 등 12명의 수감자들이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 중 탈주해 서울에서 인질극을 벌인 지강헌 사건.

이때 지강헌씨는 서울 서대문의 한 민가에서 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하며 세상을 향해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치며 절규했다.

당시 그는 556만원을 훔친 죄로 17년형을 선고받았고 73억원을 횡령한 전두환씨의 동생 전경환씨는 징역 7년이었다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지강헌이 세상과 작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듣고 싶어했던 노래가 바로 비지스의 '홀리데이'다.

당시 TV 생중계를 통해 인질극을 지켜보던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지강헌. 그가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비지스의 '홀리데이'.

기형도의 시 '가는 비 온다'에도 등장하는 비지스의 홀리데이와 지강헌.

영화 '홀리데이'의 한 장면.copyright 데일리중앙
영화 '홀리데이'의 한 장면.
ⓒ 데일리중앙

우리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법 앞에 평등한가.

1만6000원어치 라면 24개를 훔친 20대 청년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던 모진 법이다. 

그런 법이 수십억원을 국정농단 세력에게 갖다바친 재벌 총수에게는 한없이 다정다감하고 온순하다.

최근 이재용 판결이 말해주듯 30여 년 전 지강헌의 항변에 전율했던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 4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가 지금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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