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자 유족 "아들, 죽는 순간까지 사기인 지 몰랐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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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자 유족 "아들, 죽는 순간까지 사기인 지 몰랐던 것"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0.02.17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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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죽음 후 메모장 속 유서 발견
'수사 협조하라' 보이스피싱 피해
협조 않을 시 공무집행방해로..협박
오지 않는 수사관 기다리며 고통..
이 글을 올린 피해자 가족 어머니는 익명으로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연결되어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해 밝혔다. (사진=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화면 캡처)copyright 데일리중앙
이 글을 올린 피해자 가족 어머니는 익명으로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연결되어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해 밝혔다. (사진=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화면 캡처)ⓒ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으며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 2년 동안 피해 건수 7만 건 그리고 피해 금액은 1조 원을 넘은 상황이라고. 

지난 달에는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그 사기단에 피해를 입은 한 20대 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기단은 피해자에게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공무 집행 방해죄로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을 거다"라며 11시간 가까이 통화를 이어가면서 협박을 했다고. 

숨진 피해자는 자신이 공무 집행 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갈유족들은 아들과 같은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썼다. 

이 글을 올린 피해자 가족 어머니는 익명으로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연결되어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해 밝혔다.

피해자 어머니는 아들과 같은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 주셨다고. 

지금 경찰에서 이 사건에 대해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이 뉴스에 보도된 이후로 제보도 많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 어머니는 "아무래도 음성이 공개돼 있어서 제보는 조금씩 들어오고 있나 보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 사건이 보이스피싱 피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이게 덮힐 뻔했다고. 

뒤늦게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고 신고를 했는데 그 정황은 어떻게 알게 된 걸까?

피해자 어머니는 "저희 아들이 이번에 이직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년 동안 직장 생활하고. 그날 택배도 오기로 돼 있었고"라고 떠올렸다.

그는 "보니까 아이가 사망한 날, 여러 가지 자기가 미래에 대한 것을 다 준비하는 과정이었는데 갑자기 이랬다는 게 저희도 조금 의아해서 핸드폰 메모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에 유서가 있더라. 얘가 금융 사기단에 연루가 됐다고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그걸 가려야 되는 부분에서 도와달라고 검사나 검찰을 사칭한 그쪽에서 아들한테 도와달라고 했는데"라고 밝혔다.

피해자 어머니는 "그 도와주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그렇게… 저는 듣지는 못했다. 솔직히 마음이 너무 아파가지고 잘 들을 수도 없었고, 아직은"이라 덧붙였다.

전화 내용에 의하면 금융 사기에 전혀 가담한 적이 없는 아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자금이 있으니까 이거 소명을 해라"라고 사기단이 말을 하고 아들은 전재산인 430만 원을 찾아다가 서울 마포까지 올라와서 도화동 주민센터에 가져다놨다는 걸까?

이후 범인들이 아들과 연락을 끊은 걸까?

피해자 어머니는 "네"라고 답했다. 

그는 "아들 생각에는 그쪽에서 얘를 범인으로 몰아갔으니까 가해자가 돼 있었던 거죠. 그렇게 많이 열심히 도와줬는데도 아들은 억울하게 공무 집행 방해죄며 여러 가지를 얘한테 뒤집어 씌운 거다, 그쪽에서는"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얘 같은 경우는, 다른 일로 다그쳤으면 안 그랬을 거다. 범죄자가 된다는 그런 두려움이 있다. 더구나 우리 아들은 항상 바르고 준법 정신도 강하고 그런 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유서 내용을 국민 청원에 올렸는데 이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 그렇게 하는 거고 자세히 보면 이 아이는 죽는 순간까지도 이게 사기인 줄을 몰랐던 거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걸 묻어버릴까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지금 아들이 먼저 간 게 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그냥 묻어버릴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전화를 계속 돌리고 있을 것이고 그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계속 나쁜 짓을 하고 있을 거 아니에요"라고 밝혔다.

피해자 어머니는 "심하게 당한 사람도 있을 건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도 아들을 위해서도 알리고 싶었다"며 "공론화시켜서 경각심 좀 불러일으킬 수 있고"라고 국민 청원에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유서 내용에도 있듯이 선량한 사람들이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모두가 불행하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송정은 기자 beatriceeuni@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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