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국민 사과... "자녀에게 경영 승계 하지 않겠다"
상태바
이재용, 대국민 사과... "자녀에게 경영 승계 하지 않겠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0.05.06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노조 경영도 사과...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국정농단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거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에 대해선 침묵
'강 건너 불구경식' '먼 산 바라보기식'의 유체이탈 화법만 난무... 집행유예 선고 수준?
박용진 "이미 저지른 불법을 바로 잡는 일은 법적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국민의 상식"
경제민주주의21 "법원은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촛불을 든 국민에 대한 배신임을 명심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했다. 그러나 국정농단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 등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데일리중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했다. 그러나 국정농단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 등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무노조 경영 포기와 자녀에게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제 아이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그룹의 경영권은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으로 3세 경영으로 이어졌다.

그는 "제 자신이 제대로 평판을 받지 못하는데 제 이후 승계를 논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이젠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4년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뒤 삼성을 이끌어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속에는 자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 때문에 사과하는 지는 밝히지 않았다.

1996년 편법증여를 시작으로 국정농단과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합병을 거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무엇을 반성하고 있고 어떻게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 건너 불구경식' '먼 산 바라보기식'의 유체이탈 화법만 난무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색맞추기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삼성 저격수' 박용진 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변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덕적 책임회피와 법적 자기면죄부를 위한 구색맞추기식 사과에 불과하다"고 이 부회장의 발표 내용을 혹평했다.

박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잘하겠다는 허황된 약속보다 그동안 저지른 각종 편법, 탈법, 불법 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했어야 했다"며 "삼성생명 공익재단 등을 통한 공익법인 사유화 문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법적 한도 초과분의 처분 문제 등 현재 방치되고 있는 삼성의 경영권 관련된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는 일이야 말로 제대로 책임지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저지른 불법을 바로 잡는 일은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식"이라며 "두루뭉술한 사과문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도 안 되고 사법기관이 이를 핑계로 면죄부를 주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해 "대법원은 이미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근혜 등에게 뇌물을 준 불법이 있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상기시키고 "대법원의 취지에 맞게 이재용 부회장을 제대로 단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삼성 문제를 줄곧 지적해온 경제민주주의21도 논평을 내어 "대법원에서 사실상 유죄 취지가 확정된 배임·횡령·뇌물죄 등의 당사자가 하는 대국민 사과라면 마땅히 그 범죄행위에 대해분명하게 언급하고 깨끗하게 법적 책임을 질 각오를 밝혔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이날 사과문을 진성성이 없
다고 비판했다.

경제민주주의21은 "이 부회장의 진정성 없는 사과가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농단 사범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한 구실이 될 것을 진심으로 우려한다"며 "법원은 국정농단
사범에 대해 가소로운 구실에 기대어 '무전유죄 유전무죄'식의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촛불을 들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일어섰던 우리 국민 모두에 대한 배신임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묶음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