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산에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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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산에 오를까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0.05.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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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연초 금강산 시산제에 참석한 산악인 박영석
왜 '산에 오릅니까'...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릅니다"
겨울 금강산 구룡연 옥류동 계곡. (사진= 지우다우) copyright 데일리중앙
겨울 금강산 구룡연 옥류동 계곡. (사진= 지우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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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그는 왜 산에 오를까?

2005년 연초 산악인 박영석씨와 금강산 시산제에 함께한 적이 있다.

산악인들의 안전한 산행과 통일을 기원하는 금강산 시산제는 그해 1월 21~23일 열렸는데 박영석씨, 한왕용씨를 비롯한 산악인과 대한산악연맹, 한국노총 회원 등 280여 명이 참가했다. 

남쪽 산악인들이 금강산에서 시산제를 올리는 것은 분단 6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방북 이틀째인 22일 오전 구룡연에서 산신제를 지낸 뒤 곧바로 금강산 5대 전망대 가운데 하나인 세존봉(1160m) 등반에 나서는 일정이었다.

발 아래 펼쳐진 장엄한 눈꽃과 겨울 금강산이 빚어내는 신비로운 절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세존봉 산행을 앞두고 마음이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금강산 세존봉 등반에 나선 일행은 중간에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그때 박영석씨가 맨 앞에 나서 온 천지가 흰 눈(50cm~1m)으로 뒤덮힌 눈밭을 헤치며 길을 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왜 '산에 오릅니까'라고 물었더니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몸은 단단했으며 도전과 탐험 정신이 일상적으로 몸에 배어 있는 사람 같았다. 

우리는 끝내 금강산 산행을 그만두고 온정각 문화회관에서 펼쳐진 평양모란봉교예단 공연과 온천욕을 즐겼다. 

그 이튿날에는 삼일포와 해금강을 유람했다. 

그랬던 박영석씨는 2011년 10월 18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코리안 루트를 개발하는 도중 마지막 교신을 남긴 채 지금까지 연락이 끊겼다. 

그가 꿈꾸던 안나푸르나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석씨는 8000m급 히말라야 14봉우리와 7대륙 최고봉, 남극점·북극점 등반에 모두 성공해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산악인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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