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원 이틀째 출근... 우개량주의자들, 이용수 할머니에 반인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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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의원 이틀째 출근... 우개량주의자들, 이용수 할머니에 반인륜 공격
  • 석희열 기자·김용숙 기자
  • 승인 2020.06.02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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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대만 주둔 가미가제 특공대의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였습니다"
이용수 할머니의 일제 만행과 윤미향 의원에 대한 증언에 '토착왜구' '친일' '노망' 등 원색공격
윤미향 의원 사퇴 촉구하며 민주당 탈당하겠다는 당원 향해선 "축 탈당!" "본토로 가라" 모욕
민주당 남인순 국회의원과 미래통합당 여성 국회의원들,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 중단 촉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5월 2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의 만행을 증언하고 윤미향 민주당 국회의원(정의연 전 이사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copyright 데일리중앙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5월 2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의 만행을 증언하고 윤미향 민주당 국회의원(정의연 전 이사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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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김용숙 기자]

"저는 만 14세의 '위안부'였습니다. 그냥 '위안부'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대만 주둔 가미가제 특공대의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였습니다.

이것이 세계 여성분들께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5월 25일 대구에서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1928년 경북 성주군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유모로 일하는 어머니 대신 동생을 돌보며 면사공장에 다니다가 열 여섯살(만 14세)이던 1944년 일본군 위안부로 타이완(대만) 신주 가미가제 부대로 끌려갔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용수 할머니(93)는 현재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7명 가운데 가장 젊은 편에 속한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6형제와 살던 집에서 우리 어머니는 불면 날아갈까 나를 기르셨다"며 "치마에 쌀을 몰래 숨겨 '수야 이리 온나'하며 밥을 먹이곤 했다"고 부모형제가 함께 살던 고향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느날 밤 일본군이 갑자기 집에 들이닥쳤다. "(일본군은) 남의 집 귀한 딸을 밤에, 그것도 강제로 끌고 가 대만 신주 가미가제 부대로 보냈다"고 증언했다.

일본군은 위안부로 끌고 온 조선 처녀들을 심하게 감금하고 폭행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방(위안소)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끌고 가서 전기고문과 칼로 몸을 그어서 이렇게 죽여놨다"고 당시 일제의 잔혹성을 고발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일본군은 이 할머니의 머리채를 쥐어 잡고 광으로 끌고 갔다.

"문을 확 열더니 밀었습니다. 엎어지면 또 일으켜서 가지고 발로 걷어차고... 그건 돌덩이보다 더 여문 군화 발이었습니다. 허리를 발길로 차 엎어졌는데 너무너무 배가 찢어져서... 죽도록 아팠습니다."

할머니는 끔찍하고도 생지옥 같았던 일본군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설움이 복받치는 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의 폭행과 발길질이 계속되자 잘못한 거 없지만 "잘못했다고 빌면서 살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어린 소녀가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일본군의 폭행은 멈추지 않았고 이 할머니는 고통 속에서 '엄마'를 부르짖었다.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는 꼭 지켜져야 한다며 △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 △그리고 그 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위안부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시민 주도 방식 △30년 투쟁의 성과 계승 △과정의 투명성 확보의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저는 올해 93세입니다. 제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어떤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우리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리고 미래 우리의 후손들이 가해자이거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제 강점기 열 네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갖은 치욕과 모진 고초를 겪은 이용수 할머니가 지금은 국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일부 극단적인 우개량주의자들로부터 '토착왜구' '친일파'로 내몰리고 있다.

이 할머니가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윤미향 민주당 국회의원(정의연 전 이사장)과 정의연(옛 정대협)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정의연이 그동안 수집하지 못했던 일제의 만행을 증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미향 민주당 국회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 하루 전인 지난 5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거의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윤 의원은 2일 현재 이틀째 국회의원회관 집무실로 출근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copyright 데일리중앙
윤미향 민주당 국회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 하루 전인 지난 5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거의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윤 의원은 2일 현재 이틀째 국회의원회관 집무실로 출근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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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어린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윤미향 사태'를 "의열단 회계를 잘못했다고 노덕술이 김원봉 뺨 때리는 꼴"이라며 윤미향 의원에게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한테 인신공격을 일삼으며 여성으로서의 존엄을 짓밟고 있다.

온갖 부정 의혹에 휩싸인 윤미향 의원을 일제 강점기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던 의열단장 김원봉 선생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일제 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체포 고문한 친일 반민족 경찰 깡패 노덕술에 빗댄 것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는 '윤미향'을 김원봉, 위안부 할머니를 '노덕술'이라고 비꼬는 이런 자들이야말로 이 나라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좀먹는 '토착왜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윤미향 의원의 제명,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며 민주당을 탈당하겠다는 일부 당원을 향해 "축 탈당!" "본토로 돌아가라" 등의 댓글을 달며 윤 의원의 문책을 요구하는 사람에겐 어김없이 '친일 분자' 딱지를 붙이고 있다. 여기서 '본토'는 일본을 지칭하는 걸로 보인다

그러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남인순 최고위원은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가 도를 넘고 있다"며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를 즉각 멈출 것을 촉구했다.

남 최고위원은 "온·오프라인에서 혐오성 발언과 맹목적 비난, 근거 없는 음모론은 할머니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흐리고 편 가르기만 낳고 있으며 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식의 2차 가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 최고위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정치적으로 악용돼서도 안 되고 일본의 집요한 언론왜곡에 휘둘려서도 안 되는 엄중한 역사 정의의 문제"라며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를 즉각 중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윤미향 의원의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했다면서 윤미향 의원에 대한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미래통합당도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래통합당 여성 국회의원들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반인륜적인 2차 가해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성 국회의원들은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공격으로 이번 비리를 절대 감추거나 덮을 수도 없을 것"이라며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은 불행한 역사의 산 증인인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모독이고, 이 땅의 어머니들과 딸들에 대한 모독이며,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윤미향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 하루 전인 지난 5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종하다"고 사죄를 하면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석희열 기자·김용숙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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