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무전유죄 유전무죄' 재확인...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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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무전유죄 유전무죄' 재확인...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0.06.09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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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기본적 사실 관계 소명됐다"면서도 검찰이 청구한 영장 기각
회사 바닥을 뚫어 증거를 숨기고 키워드를 삭제한 증거인멸 시도한 범죄 협의자를 풀어줘
경제민주주의21 "참으로 개탄스럽고 납득할 수 없는 궤변" 개탄... 검찰에 영장 재청구 촉구
"이 부회장은 자신의 부당한 승계를 위해 회사 돈을 횡령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준 사람"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의 승계작업을 부당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과 회계사기 등을 저지른 범죄행위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9일 새벽 기각했다.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copyright 데일리중앙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의 승계작업을 부당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과 회계사기 등을 저지른 범죄행위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9일 새벽 기각했다.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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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대한민국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나쁜 악습를 되살려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의 승계작업을 부당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과 회계사기 등을 저지른 범죄행위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8시간 30분에 걸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이에 따라 풀려났다.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해 "기본적 사실 관계가 소명됐다"고 밝혔다.

원 부장판사는 그러면서도 "검찰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또 최지성 삼성전자 전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미전실 전 전략팀장의 구속영장도 같은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범죄 혐의의 '기본적 사실 관계'가 소명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사건 중요성을 들어 법원이 중대한 범죄 피의자들을 풀어준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법원은 회사 바닥을 뚫어 증거를 숨기고 키워드를 삭제한 증거인멸 함의도 무시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집으로 돌려 보냈다.

원 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적용했다.

이러한 불구속재판의 원칙이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재벌 총수나 권력자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현실이 사법 불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참으로 개탄스럽고 납득할 수 없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에 대해선 증거와 논리를 보강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경제민주주의21은 이날 논평을 내어 "유전무죄 앞에 기본적 사실 관계가 무너졌다"고 개탄했다.

경제민주주의21은 "원정숙 부장판사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궁색한 궤변을 앞세워 본인 스스로 인정한 기본적 사실 관계조차 외면한 유전무죄 판단에 불과하다"며 "검찰은 증거와 논리를 보강해 조속히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도 인정한 자신의 부당한 승계를 위해 회사 돈을 횡령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사람이다. 

그리고 이번에 영장이 청구된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부당한 합병 과정 및 그 사후 처리에서 비롯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부당한 승계의 핵심 과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있어서 '승계'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획득하는 작업을 말한다. 그런데 이 부회장에게 '승계'를 가능하게 해 준 핵심적 사건이 바로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이다. 

이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은 옛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꿈에도 그리던 삼성전자 지분 약 4%를 공짜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경제민주주의21은 "(이재용 부회장의) 이런 도둑질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세 조종을 포함한 온갖 범죄행위와 꼼수를 통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 간의 합병 비율을 조작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손해를 본 이유도 그 때문이며 사후에 합병 회계를 조작해야 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이 과정이 합법적이었다면 이 부회장은 무엇 때문에 회사 돈을 횡령해 박 전 대통령에게 말 세 마리를 사다 바치고 국민연금 관계자를 직접 만나서 도움을 청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과정이 합법적이었다면 이 부회장은 무엇 때문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합병회계 처리와 관련한 분식을 이유로 삼바를 제재했으며 삼바는 공장 바닥을 뚫고 관련 증거를 숨겼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이 부회장이 자신의 승계 작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에 미래전략실에서 사람을 파견해서 이 부회장과 연관된 파일들을 모두 삭제했겠냐고도 했다. 

결론은 너무나 뻔한데도 오직 원정숙 판사에게만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재벌 총수들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도 무죄를 받거나 휠체어를 타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 왔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국정농단 사건 제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가 대법원이 그 잘못을 지적해 지금 다시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미국 연방양형기준을 들먹이며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또다시 '유전무죄'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경제민주주의21은 "원정숙 판사의 이번 구속영장 기각은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비뚤어진 판단으로 재벌 총수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법원의 일탈을 개탄한다"면서 검찰이 증거와 논리를 보강해 신속히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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