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철학자 니체, 그를 음악으로 만나는 이색 무대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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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철학자 니체, 그를 음악으로 만나는 이색 무대 화제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0.06.18 0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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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예술의전당,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정기연주회 '니체와 음악가들' 열려
인문학과 음악의 만남... 음악으로 세상을 사유하고 성찰하며 해석해 나간 니체
니체 비롯해 슈만, 브람스, 바그너 등 낭만주의 시대 작곡자들의 음악세계 짚어
박은희 대표 "이렇게 힘든 시기에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게 기적 같다"
17일 밤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를 음악으로 만나는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정기연주회 '니체와 음악가들'이 열렸다. (사진=한국페스티발앙상블)copyright 데일리중앙
17일 밤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를 음악으로 만나는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정기연주회 '니체와 음악가들'이 열렸다. (사진=한국페스티발앙상블)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신은 죽었다"고 설파한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F.Nietzsche, 1844~1900), 그를 음악으로 만나는 이색 무대가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17일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주최로 열린 정기연주회 '니체와 음악가들'이 바로 그것. 철학자이자 음악가인 니체의 작곡자로서의 면모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무대였다.

이날 밤 7시30분 무대에 불이 켜지자 박은희 한국페스티발앙상블 대표의 내레이션으로 막이 올랐다. 

네 살 때 아버지가 죽자 니체 주변에는 여자들만 남았다. 외할머니, 어머니, 이모들, 누이동생... 특히 이모들은 어린 니체에게 드레스를 입혀가며 깔깔거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여자들에 둘러싸인 어린 시절 니체의 삶은 왜곡됐다는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니체는 자유주의 음악가 바그너(R.Wagner, 1813∼1883)를 무척 좋아했는데 두 사람은 31살의 나이 차이에도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교류했다.

바그너에게 헌정한 책 <비극의 탄생>부터 니체가 세상에 내놓은 저술들은 음악담론으로 가득하다. <니체 대 바그너>와 함께 바그너를 다룬 3부작 <바그너의 경우>에서 니체는 "음악가가 될수록 더욱더 철학자가 된다"고 썼다.

이렇게 니체는 음악으로 세상을 사유하고 성찰하며 해석해 나갔다.

그는 가장 많은 음악가를 만나고 교류한 철학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아주 매력적인 음악작품을 써내려 간 작곡가다.

1887년 작곡가 니체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 <생에 바치는 찬가>를 두고 먼 훗날 사람들이 자신을 음악가로 기억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니체는 철학자로만 남았고 음악가로는 잊혔다.

"니체의 철학과 응악은 뒤를 돌아보는 일 없는 직진이었다."

박 대표의 해설이 끝나자 니체 작품 '섣달 그믐날 밤(Eine Sylvesternacht)'이 바이올린 정유진, 피아노 구자은의 연주로 울려 퍼졌다.

인문학과 음악의 만남이 이렇게 이뤄졌다.

17일 밤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를 음악으로 만나는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정기연주회 '니체와 음악가들'을 보기 위해 300여 명이 음악팬들이 공연장을 찾았다.copyright 데일리중앙 진용석
17일 밤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를 음악으로 만나는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정기연주회 '니체와 음악가들'을 보기 위해 300여 명의 음악팬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 데일리중앙 진용석

'섣달 그믐날 밤(Eine Sylvesternacht)'은 니체가 입학한 명문 기숙학교 술포르타에서 철저한 고독을 느끼며 적막감을 표현해낸 곡으로 소개됐다. 

이날 음악회는 1부와 2부로 나눠 이뤄졌는데 작곡가 니체를 만나며 슈만, 브람스, 바그너 등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들의 음악과 역사적 흐름을 짚었다.

1부는 '섣달 그믐날 밤'에 이어 △바리톤 방광식, 피아노 정영하의 '세레나데(Ständchen)' △소프라노 조경화, 피아노 정영하의 '문 앞에 서서( Mein Platz vor der Tür)' △소프라노 조경화, 메조 소프라노 김지선, 테너 강무림, 바리톤 방광식, 피아노 정영하의 '가을 햇빛 비추는 날에(Herbstlich sonnige Tage)'가 공연됐다. 모두 니체 작품이다.

다음으로 슈만(R.Schumann, 1810∼1856)의 '피아노 4중주 Eb장조 작품 47'을 정준수 바이올린, 김혜용 비올라, 김호정 첼로, 구자은 피아노로 들려줬다. 

2부는 테너 강무림, 피아노 정영하의 니체 작곡 '교회사적 응답송(Kirchengeschichtliches Responsorium)'과 메조 소프라노 김지선, 피아노 정영하의 '깨어진 반지(Das zerbrochene ringlein)'로 시작됐다. 

이어 니체의 '환상곡(Phantasie)'과 브람스 '왈츠 작품39(Waltz Op.39)'를 구자은, 정영하 피아노 두오로 연주됐다.

그리고 바그너의 베젠동크(Wesendonck) 중 제1곡 '천사(Der Engel)', 제4곡 '고통(Schmerzen)'은 메조 소프라노 김지선과 피아노 정영하가 선보였다. 

이날 음악회 끝 곡으로는 이나리메가 편곡한 니체의 '생에 바치는 찬가(Hymnus an das Leben)'가 선택됐다.

소프라노 조경화, 메조 소프라노 김지선, 테너 강무림, 바리톤 방광식과 정준수, 정유진 바이올린, 김혜용 비올라, 첼로 김호정 외 구자은, 정영하 피아노로 마지막 무대를 꾸몄다.

밤 9시15분 공연이 끝나자 박은희 대표는 "(코로나19로) 이렇게 힘든 시기에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게 기적 같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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