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경실련이 민주당의 고위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 비공개 추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깜깜이' 인사청문회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 고위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 추진을 예고했다. 지난 22일 홍영표 전 원내대표 등 소속 국회의원 45명이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해 공직윤리청문회를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 개정안을 발의한 것.

홍영표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로 현재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고 국회파행, 공직기피, 정치불신 조장 등 부작용도 크다"며 "윤리, 역량청문회를 분리하는 인사청문회 '정상화'는 최우
선적 정치개혁 과제이자 '일하는 국회'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30일 성명을 내어 "이와 같은 움직임이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공적 검증 과정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고위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에 대한 비공개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철저한 자질 검증을 위해 김대중 정부인 2000년 6월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월 인사청문 대상자를 대폭 확대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인사청문 제도의 도입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고 인사에 있어서 공정성과 객관성, 절차의 신중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며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정도를 버텨내지 못하는 사람이
라면 대통령도 같이 일하기 곤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도 역시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재산증식, 위장 전입. 연구 부정, 음주 운전, 성관련 범죄 등 7대 인사 배제 원칙을 스스로 제시한 바 있다.

사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최소한의 자질과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후보자를 고위공직 후보자로 추천했는지를 공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장치다.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통해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 표절, 병역 기
피 등의 논란과 문제가 있는 고위공직 후보들을 걸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개정안대로 인사청문회가 비공개로 이뤄진단면 어떻게 될까.

경실련은 "민주당의 개정안과 같이 비공개 방식으로 (인사청문회가) 이뤄진다면 더 이상 고위공직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 부적절한 주식 투자, 탈세 등의 문제를 국민들이 알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현행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 후보자의 자질 검증보다는 인신공격과 신상털기식으로 변질됐다는 이유로 이를 비공개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를 통한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결코 '신상털기'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아니라 최소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인물을 사전에 걸러 내지 못한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실패에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따라서 민주당이 추진해야 하는 것은 청와대의 사전검증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지 인사청문회를 비공개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면 답변을 포함해 후보자 허위 진술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깜깜이' 인사청문회 추진을 중단하고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 촉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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