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가혹행위 시달리다 죽음 선택 최숙현 사건 진실 밝혀야
상태바
"엄마,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가혹행위 시달리다 죽음 선택 최숙현 사건 진실 밝혀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0.07.01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 6월 26일 새벽 엄마에게 마지막 카톡 메시지 남기고 극단적 선택
이용 국회의원, 국회서 기자회견... 최 선수 죽음에 대한 진실 밝히고 가해자 엄중 처벌 촉구
대한체육회 "가해자들이 답변하지 않아 조사 늦어져"... 가해 사실 밝혀지면 엄중 처벌 계획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지난 6월 26일(금) 새벽 숨지기 직전 엄마에게 남긴 마지막 카톡 메시지. (자료=이용 의원실)copyright 데일리중앙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지난 6월 26일(금) 새벽 숨지기 직전 엄마에게 남긴 마지막 카톡 메시지. (자료=이용 의원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지난 6월 26일 새벽 23살의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엄마에게 마지막 카톡 메시지를 남기고 경주시청 운동부 숙소에서 뛰어내렸다. 

죽음과 마주한 어린 딸이 칠흑 같은 벼랑 끝에서 마지막으로 엄마를 부르고 엄마는 또 그 딸을 애타게 부르짖는 카톡 대화가 서럽다. 

최 선수는 팀 감독, 닥터의 끈질기고 집요한 폭력·폭언 등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사랑하는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대한체육회가 이참에 체육계에 유사 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아까운 생명이 더이상 부질없이 희생되는 걸 막아야 할 거 같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최숙현 선수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이용 의원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숙현 선수가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였다"며 "대체 '그 사람들'이 누구인가, 그 사람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같은 직장운동부에 속한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수들이었다"고 말했다.

최숙현 선수는 지난 2년 동안 감독 등에 의해 지속적인 폭행·폭언에 시달렸다.

청소년 대표 출신인 최 선수는 고등학생이었던 2016년 이후 최근까지 선배, 감독, 팀 닥터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가혹 행위가 있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또 지난 4월에는 대학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에 폭행, 폭언에 대한 신고를 하고 조사를 독촉했다. 대한철인3종경기협회에도 진정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의 절박한 호소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어디에서도 사후 조치는 없었다.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이용 의원은 "경북체육회는 비리를 발본색원하지 않고 오히려 최숙현 선수 부친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사건을 무마시키려고만 했다"고 비난했다.

또 경주시청은 최숙현 선수의 부친이 제기한 민원에 '그냥 고소하라'고 으름장을 놨으며 경주경찰서는 무성의하게 조사를 마치고는 검찰에 이첩시켰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그 누구 하나 나서서 바로잡지 않고 쉬쉬거리며 온갖 방법을 동원한 회유 시도에 23살의 어린 최숙현 선수가 느꼈을 심리적 압박과 부담은 미루어 짐작해 보아도 엄청났을 것"이라고 했다.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세상 어디에도 내 편은 없다'는 좌절감이 결국 어린 최 선수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누가 이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용 의원은 선배 체육인으로서 후배 선수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또 죄송하다고 얘기하면서 최 선수 죽음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유족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가해 사실이 밝혀지면 관련 규정에 따라 가해자를 엄중 징계할 방침이라 밝혔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지난 4월 피해자 쪽의 신고가 들어와 즉시 조사원을 배정하고 조사를 진행하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한테 연락을 취하고 자료를 요청했지만 누구 하나 답변하지 않아 조사가 지연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찰도 수사를 하고 있고 대한체육회도 자체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가해 사실이 밝혀지면 관련 규정에 따라 가해자들을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철인3종협회 박석원 회장은 지난 30일 이 사건 관련 입장문을 내어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고 보고 있으며 스포츠공정위 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가장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용 의원은 두번 다시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숙현법'을 발의해 입법 추진할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묶음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