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유북한연합 대북전단 살포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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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유북한연합 대북전단 살포에 관해
  • 이병익 기자
  • 승인 2020.07.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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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칼럼리스트)
지난 6월 27일 대북 전단(삐라) 살포와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copyright 데일리중앙
지난 6월 27일 대북 전단(삐라) 살포와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 데일리중앙

자유북한연합 대표인 박상학씨는 1998년 탈북을 해서 1999년에 대한민국에 정착하였다. 부친은 재일동포로 북한으로 들어갔고 박상학은 북한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책 공대를 다녔던 이력이 있고 북한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살았다고 한다. 박상학 일가의 탈북 이후에 삼촌들은 고문 끝에 사망하였고 사촌들은 꽃제비가 되어 유랑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그 후 2005년부터 박상학은 대북 전단을 보낸다.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죽음의 경계선을 넘어온 투사들이다. 몇 번씩 탈북에 실패하고 모진 감옥생활을 하고도 대한민국으로 온 사람들을 보면 놀라움과 경외감을 느낀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홀로 탈북을 한 사람들은 가족을 데리고 오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 전쟁 중에 탈북한 실향민들은 특유의 인내와 근면함으로 대한민국에서 모범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 필자는 북한 출신 어르신들의 강인함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좌절하는 법이 없고 쓰러져도 오뚜기처럼 일어났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힘도 있고 가족을 위해서는 못 하는 일이 없다. 고집도 세고 신념도 누구보다 강하다. 춥고 척박한 땅에서 온 사람일수록 인동초처럼 질긴 생명력이 있는 것 같다.

박상학 대표는 자신이 하는 대북 전단살포 사업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최고의 수단이 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죽을지언정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념에 차 있는 사람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의 모습이다. 한때 교도소에는 대한민국으로 전향하지 않은 비전향 장기수들이 있었다. 이들은 확신범이며 양심범이었다. 이들은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도 겁내지 않았다. 박상학 대표에게 불법을 이유로 전단살포를 강제하는 것은 그에게 투쟁심을 강하게 불어넣을 것이다. 전단살포가 북한 정권에게는 골수가 저리는 심각한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 정부는 각종 법으로 전단살포를 막으려고 하지만 박상학 대표가 지난 10년 이상 날려왔던 전단살포사업에 대해서 갑자기 법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은 저항을 자초하는 행위이다. 사단법인을 취소한다든지 사무실 압수수색이라든지 후원금에 대한 모금 경위와 사용내역 등을 조사하겠다고 하면서 박상학과 자유북한연합을 압박하는 것은 우익 양심수 한 명을 새롭게 만들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박상학은 2013년도에 하벨 인권상을 수상했다. 하벨은 체코슬로바키아 공산 치하에서 반체제 운동을 통해 체코 민주화를 이끌었고 대통령이 된 인권투사이다. 그의 사후에 부인인 하블로바가 남편의 업적을 기려 Human Right Foundation (HRF) 을 제정하여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첫해에는 버마 민주화를 이끈 아웅산 수지가 선정되었고 2013년에는 시리아 만화가 페르자트, 쿠바의 시민단체인 ‘백의의 여성들“, 한국의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가 선정되었다. 박상학 선정의 이유가 "대형 풍선을 통해 전단과 DVD, 라디오, USB 등을 북한에 보내며 엄격한 통제 속에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용감한 활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상학 대표가 지금 하는 일이 수상의 이유인 것이다. 대북 전단 보내기 사업으로 세계적 인권상을 받은 박상학으로서는 이 사업을 사명감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의를 다지고 있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박상학 대표를 만나서 북한의 상황과 접경지 국민의 불안감에 대해서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해야 한다. 법으로 강제하려고 하고 압박을 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전단살포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설명하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 인권운동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남북관계의 파탄이 대북 전단살포가 주된 이유는 분명히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북 전단살포가 남북교류와 평화에 유일한 걸림돌이었다면 박상학 대표가 당연히 중단해야 하겠지만 전단살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도 대결국면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대북 전단살포가 원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북한 정권이 불편하게 여기고 심기가 불편하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서 막는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국민이 동의하기 어렵다.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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