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고비를 넘었다. 재판 후 이재명 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 이낙연 후보를 언급하며 현재 지지율 1위인 이 전 총리를 도와서 당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일 YTN-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낙연 의원은 23.3%(1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18.7%(2위)를 각각 기록했다. 넓게 보면 오차범위 내로 볼 수 있다. 이 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진행 중일 때는 약 5% 전후의 지지율을 보여 왔으나 무죄 취지의 판결로 지지층이 집결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지사는 그동안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보았다. 소신이 확실하고 말을 주저하지 않는 그의 장점이 지지율을 올렸다는 판단을 한다. 집권 민주당은 뚜렷한 양강구도가 형성된 것 같다. 여당의 잠재적 대선후보로는 김부겸, 김두관, 정세균, 추미애, 박영선, 유시민, 조 국, 김경수 등이 있다. 이들 중에는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대통령직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지도자로서 함량에 미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기간이 있는 만큼 이들 중에도 부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방식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5%의 참여방식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권리당원의 지지가 당락에 영향이 클 정도의 숫자라고 보인다. 당내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따르는 당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통령의 뜻을 거역하고 후보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로 가고 당내의 차기 후보자가 부상하는 시점이 되면 대통령의 뜻보다도 차기 유력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보아온 습성이어서 필자의 예측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겠다.
오늘 이재명 지사는 다른 후보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뉴스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서울과 부산의 광역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의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 대표 후보로 나온 이낙연 전 총리는 후보를 내야 할 것 같다는 주장을 했고 김부겸 전 의원도 당헌을 바꿔서라도 후보를 내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불쾌한 반응들이 나왔다.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간단명료했다. 장사에도 상도의가 있다고 하면서 당헌과 규칙을 바꾼 것을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에 이 지사의 주장이 성사된다면 정치권은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야당도 후보 공천과 관련해 부정부패 등 중요범죄를 저질렀을 때 보궐선거에서 출마 금지를 명시하는 당헌을 바꿔야 하는 사태가 올 것이다. 당, 정의 그린벨트 해제 논의에도 그린벨트 해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선제적으로 반응했다. 이런 점들이 당에서는 불편하게 생각하겠지만 이 지사의 주장에 시원하게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점이다.
이재명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 시골 출신의 흙수저 변호사, 소년 노동자, 중, 고를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나오고 고시합격 후 인권변호사, 의지와 소신은 노무현 대통령과 흡사하게 보인다. 이런 점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데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이재명 지사의 행보에 당원들의 견제와 시기가 눈에 보인다. 당내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는 곱지 않게 보일 것이다. 대선 행보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 나올수록 당 내부의 견제와 비판은 심해지겠지만 지지율은 조금씩 상승할 것으로 본다.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보다 당내의 견제를 해소하는 것이 이 지사의 행보에 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는 생각은 대선후보로서 당연한 행보겠지만 당이라는 조직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지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선의 날은 아직 멀리 있다. 그리고 아직은 현 대통령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 신중하게 처신할 때이다.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