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법, 폭력의 특성을 반영해서 입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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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법, 폭력의 특성을 반영해서 입법해야
  • 이성훈 기자
  • 승인 2020.09.19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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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혼인/혈연 관계를 넘어서 변화하는 '친밀성'을 반영한 '친밀한 관계'의 정의 필요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와 여성의전화, '친밀한 관계' 법제도 개선 토론회 열어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7일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 '깊은'에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법‧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copyright 데일리중앙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7일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 '깊은'에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법‧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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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이성훈 기자]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법은 데이트‧혼인‧혈연관계 등의 관계 유지가 아닌 여성인권의 보장을 위한 방향으로 입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한 과제로 전통적인 혼인/혈연 관계를 넘어서 변화하는 '친밀성'을 반영한 '친밀한 관계'의 정의와 피해자를 통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의 특성을 반영한 '범죄 규정'의 필요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 '깊은'에서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와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친밀한 관계는 어떻게 폭력을 지우는가' 주제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법‧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온라인 회의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생중계됐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사회로 진행된 이 토론회에서 주제 발제는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과 유화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김영중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은구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가정폭력대책계장이 나섰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요 국제기구들에서 제시하는 젠더 권력관계에 기반한 폭력으로서 여성에 대한 폭력,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개념을 살펴보고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검토해 친밀한 관계 내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사회의 정책·제도적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친밀한 관계의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법에서 성별, 혼인상태, 성적 지향, 주거지 공유 여부 및 현재 관계 유지의 여부에 제한되지 않는 방식으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폭력의 유형 규정에 있어서는 WHO, 유럽성평등연구소(EIGE) 등 국제기구와 미국, 영국 등 해외국가에서는 친밀관계 폭력의 유형을
신체적, 성적, 정서적·심리적, 경제적 폭력으로 구성되며 최근에는 피해자의 의지, 감정, 자유를 통제(controlling)하는 행위까지도 폭력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음을 언급하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친밀관계 폭력의 유형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친밀관계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목표는 인권과 평등의 관점에서 피해자 지원 및 보호임을 명확히 해야 함을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 사례를 중심으로 관련 법의 입법 과제 및 방향을 제시했다. 

발제에 소개된 사례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7월 31일~8월 7일 간 총 4회 진행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참여자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 총 10명의 데이트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가 참여했고 연령대는 10~40대로 구성됐다. 

최선혜 소장은 FGI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에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특성을 언급했다.  ①'폭력'으로 명명하기 어려움 ②'남들에 비해 심한 폭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 ③데이트/부부 관계에서의 성적 침해의 '성폭력' 인식의 어려움 ④간과하기 쉬운 '경제적 폭력'의 문제 ⑤고립되는 피해자 ⑥신고하기 어려운 범죄 ⑦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이 해결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과 관련한 대표적인 법인 '가정폭력방지법'의 한계를 짚고 앞으로의 입법은 ▲'관계 유지'가 아닌 여성인권의 보장 ▲'친밀한 관계'의 폭넓은 규정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정의 확장 ▲피해자 지원과 권리 보장 확대 ▲인식 변화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행 데이트폭력·스토킹 관련법을 중심으로 현행 규정, 입법 해외 사례 등을 소개하고 데이트폭력, 스토킹방지법의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주요국가에서는 데이트 폭력에 관한 별도의 입법을 두기 보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범주를 크게 포괄해 두고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에 '친밀한 관계(파트너, 배우자, 연인 등)에서의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으로 그 범위와 대상을 확대해 피해자 보호와 법적 구제책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추세임을 언급하며 '여성폭력'과 '여성폭력 피해자'의 개념과 내용을 구체화하고 관련 긴급조치 제도와 피해자 보호제도 등을 보다 세분화해 규정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서 유화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현행법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함을 이야기하며 독일과 네덜란드 사례를 통해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는 '친밀한'과 '관계'에 대한 재사유가 필요하다고 제기하며 '가정'을 친밀한 공간이라는 가정과 규범은 폭력을 비가시화하고 제도의 공백이 관계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이은구 경찰청 가정폭력대책계장은 경찰이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단계별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법령상 한계와 문제점들로 인해 적절히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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