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이명박계와 박근혜계가 '부패전력자 공천 배제'를 규정한 당규 3조2항 적용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면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친박진영의 김무성 최고위원은 30일 당 공천심사위가 전날 부패 전력자 공천 배제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며 탈당할 뜻을 내비쳤다. 조정자 역할에 나섰던 강재섭 대표도 공심위 결정에 반발해 공식회의에 불참하는 등 당무를 거부했다. 친박(친 박근혜) 성향 의원 35명은 탈당 카드를 꺼내들며 배수진을 쳤다.

이번 갈등의 한복판에 선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 신상발언을 통해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시작한 후 한번도 당적을 바꾼 적이 없는데, 당에서 쫓아내니 이제 당적을 버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 당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위해 모든 협조를 다했는데 결국 토사구팽당하게 됐다"며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으로 당의 화합을 위해 정권교체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일반상식에 벗어나는 당규 개정을 한 것은 준비된 정치보복"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 최고위원의 이러한 강경한 움직임은 당 공심위가 실질적으로 이명박 당선자의 영향 아래 있다고 판단하고 이 당선자와 이방호 사무총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강재섭 대표도 전날 공심위의 결정에 불만을 품고 이날 최고중진회의에 불참하는 등 당무를 거부했다. 강 대표는 이날 하루 서울 아무 곳에 머물며 대표직 사퇴 등 자신의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친박 성향의 의원 35명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당규 3조2항이 예외 없이 적용될 경우 집단 탈당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며 결전 태세에 들어갔다.

이들의 대변인격인 이혜훈 의원은 모임 직후 "김 최고위원에 대한 공천 배제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는 소식을 접한 의원 35명이 김 최고위원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측근 의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의 공천 문제 등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쪽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당 지도부는 이날 밤늦게까지 물밑 접촉을 벌이며 수습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이 당선자는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과 1시간 동안 독대한 것을 비롯 이방호 사무총장과도 전화 통화를 통해 당규 3조2항 탄력 적용 등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1일 열리는 공심위에서 3조2항을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극한으로 치닫던 공천 갈등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