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직원(추정) "당신들을 지옥에서도 용서할 수 없다"... 유서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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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직원(추정) "당신들을 지옥에서도 용서할 수 없다"... 유서글 남겨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02.22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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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입니다'라는 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와
카카오 "불미스러운 일 있었는지 전 직원 비상연락망 통해 확인한 결과 자살한 직원 없었다"
직장갑질119, 반쪽짜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2월 임시국회서 개정해야... 2월 26일 본회의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유서글이 지난 17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카카오는 전 직원에게 비상연락망을 통해 확인한 결과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카카오 홈페이지 화면 캡처)copyright 데일리중앙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유서글이 지난 17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카카오는 전 직원에게 비상연락망을 통해 확인한 결과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카카오 홈페이지 화면 캡처)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유서글이 지난 17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안녕히'라는 제목의 글에서 "직장 내 왕따를 처음 경험하게 해준 당신들을 지옥에서도 용서할 수 없다"라고 썼다.

이어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너무 힘들고 지쳐 삶이 지옥 그 자체"라고 적었다.

회사를 공범으로 지목한 그는 "내 죽음을 계기로 회사 안의 왕따 문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다음날인 지난 18일에도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역시 '블라인드'에 올렸다. 

그는 '이 사람과 일하기 싫습니다'라는 항목을 수집하는 카카오의 평가방식을 비판하며 "조직장 눈 밖에 나면 그 순간부터 지옥이 시작된다"고 카카오 내부의 끔찍한 인사 운영 방식을 고발했다. 

이어 조직장의 괴롭힘을 적었다가 '투명인간'으로 왕따를 당했다며 "그 상처로 중증의 우울증을 얻었고 자해 시도만 수차례 했다. 현재도 정신과를 다니고 있고 힘들다"라고 적었다. 

카카오는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는 "카카오스러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카카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카카오는 직장갑질119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지 전 직원에게 비상연락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자살한 직원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2, 3)이 시행된 지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직장갑질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지난 1년 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은 34.1%로 집계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갑질이 '줄어들었다' 54.4%, '줄어들지 않았다' 45.6%로 조사됐다. 

줄어들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직장의 약자에게서 높게 나타났는데 여자(50.8), 20대(51.9%)·30대(52.6%), 비정규직(50.0%), 5인 미만(52.7%)·30인 미만(50.4), 일반사원(52.0%)에서 절반을 넘었다.

근로기준법 76조의2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①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③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3가지 요건 중 '업무의 적정범위'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가해자는 업무의 적정범위였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는 범위를 넘었다고 주장하기 때문. 

폭행, 폭언, 모욕, 명예훼손, 사적용무지시 등의 갑질 유형은 내용도 비교적 명확하고 증거도 수집하기 쉽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왕따나 은따, 과다한 업무지시, 시말서 강요 등의 괴롭힘은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16일부터 2020년 9월30일까지 고용노동부가 접수한 5658건 중 대다수의 진정 사건(80.7%)은 취하되거나 단순 행정종결 처리됐다고 한다. 이유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법 적용 대상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이기 때문이었다고.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으로 폭행, 폭언, 모욕, 사적용무지시, 조롱, 따돌림, 업무배제 등을 명시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3년 간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사례를 분석하고 고용노동부, 지방정부 등의 '직장 내 괴롭힘 매뉴얼'을 분석해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을 5대 범주 30대 유형으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는 ①신체적 괴롭힘(폭행, 폭언) ②언어적 괴롭힘(폭언, 모욕, 비하 등) ③업무적 괴롭힘(무시, 잡일, 배제, 감시, 반성 등) ④업무외 괴롭힘(회식, 행사, 간섭 등) ⑤집단적 괴롭힘(따돌림, 소문 등)이다.

고용노동부에게 노동청 근로감독관과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할 때 기준 자료로 삼을 수 있도록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멍이 숭숭 뚫린 반쪽짜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3일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 25일 환경노동위 전체회의, 26일 본회의에서 반쪽짜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고쳐 직장인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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