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 내전'... 강재섭-이방호 강경 대치
상태바
한나라당 '공천 내전'... 강재섭-이방호 강경 대치
  • 김주미 기자
  • 승인 2008.02.01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이, 강 대표 사퇴 직접거론... 친박, 이 사무총장 사퇴·집단탈당 압박

▲ 당 공천 신청 자격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이 정면 격돌하고 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와 이 사무총장에 불만을 품은 강 대표는 사흘째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공천 신청 자격 문제로 불거진 한나라당의 공천 내전이 친이-친박 집단 패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당 대표가 사무총장의 사퇴를 공개 촉구하고 나섰고 이에 사무총장은 사퇴 불가입장으로 맞서며 당이 두쪽으로 나뉘어 강경 대치하고 있다.

사흘째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강재섭 대표는 1일 "더 이상 사무총장과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자신과 이방호 사무총장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이명박 당선자와 당원들을 압박했다. 사실상 이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강 대표의 이같은 강경 입장은 이른바 '대장부 합의'로 알려진 지난달 24일 강 대표-이 사무총장-김무성 최고위원 간의 '당규 3조2항 탄력 적용' 합의를 이 사무총장이 30일 전격 뒤집은데 따른 것이다.

강 대표는 자신이나 김무성 최고위원은 신의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이방호 총장이 신의를 깬 것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 부분에 한해선 당연하다"면서 "그러니까 신의가 깨졌다는 거지"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특히 이 대목에서 격분했다. 그는 "내 앞에서는 그렇게 하자고 하고 다른 데에서는 뒤통수치는 것이 여의도 정치인데 최근 뒤통수를 두 번 맞았다. 며칠 전 맞았고 오늘도 반쯤 맞았다. 정치하면서 이렇게 흥분해 본 적이 없고 도저히 못참는다. 당이 봉숭아학당도 아니고 내가 방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당선자에 대한 불만도 터졌다. 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여의도 정치를 탈피하자고 말씀했는데, 여의도 정치는 서로 속이고 논리를 자기한테 유리하게 갖다 붙이는 아전인수이며 남에겐 가혹하고 자기에겐 대단히 관대한 정치 행태"라며 "최근에 여의도 정치의 결정판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방호 사무총장은 정면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 사무총장은 "문제가 된 당규 3조2항은 재작년 지방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당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겠다면서 강 대표 스스로 밀어붙여 만든 조항"이라며 "이러한 당규를 지금에 와서 특정인 때문에 허물려고 하는 그런 시도에 대해서는 사무총장으로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른바 '대장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강 대표, 김 최고위원과 만나) 김 최고위원의 문제를 의논하면서 '당규의 정신에 따라서 심사는 심사대로 하고 일단 접수를 받도록 하되 다만 공심위원들의 양해를 구하자'는 것이 합의 내용"이라며 "항간에 말하는 공천을 보장했다는 등 이런 문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 당규를 지킬 사람은 바로 당대표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박근혜 전 대표도 모든 문제에 있어서는 당헌·당규대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어떤 특정인이 관계된다고 해서 '위인설법'을 하려고 하는 것은 공당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사퇴 요구에 대해 "충실하게 당무를 집행하고 있는 사무총장에게 일을 같이 못하겠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대표로서 적절한 말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경우라도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강 대표와 이 사무총장이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친이(친 이명박) 쪽 의원들은 이날 오전 긴급 모임을 갖고 이 사무총장의 입장을 지지하며 강 대표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강 대표의 사퇴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친박(친 박근혜) 쪽도 사흘 연속 모임을 갖고 강 대표의 이 사무총장 사퇴 요구에 공감을 표시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당규 3조2항 폐기를 주장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분당이라는 최악의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중재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내에 약간의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곧 해결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와 가까운 안 원내대표의 이 말은 당선자와의 교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돼 조만간 수습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