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김영민 기자] 보리밭 넘어온 6월 아침이 더위와 함께 시작됐다. 올 여름은 코로나19에 폭염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기상청에선 올 8월 폭염 확률이 1.5배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기후변화가 폭염 관련 사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나왔다. 스위스 베른대와 서울대 등은 공동연구를 통해 "폭염에 의한 사망의 평균 37%는 인간 초래 온난화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네이처 기후변화> 5월 31일치 논문에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시민의 일상과 생명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이때 고양시가 지난해부터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선포하고 선제적 대응에 앞장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가는 고양시가 탄소중립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3일 "환경의 호소에 대한 응답은 행동 뿐"이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이 시장은 "기후위기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당면한 촌각을 다투는 생존 문제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절체절명의 화두"라고 강조했다.

오는 5일 환경의 날을 앞두고 고양시는 탄소중립에 대한 역할과 비전을 소개했다.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국내외 최대 현안으로 부상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협정에 재가입했다. 지구의 날에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는 탄소제로와 신재생 에너지 주도로 군사·경제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탄소중립은 이제 국제사회 최대 현안이자 글로벌 전략의 핵심 카드가 됐다. 

파리협정은 지난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한국을 포함 195개 나라가 채택한 협정이다. 참가국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C 이내, 나아가 1.5°C까지 억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국제사회가 정한 지구온도 상승한계 1.5°C 중 1.2°C가 이미 상승했으며 남은 0.3°C 마저도 앞으로 7년 이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도 1.5°C가 오르고 나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기후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남은 0.3°C 사수를 위해 지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 운동가들은 "기후재앙은 불평등이 만들어 낸 21세기의 홀로코스트, 학살범죄"라고 지적한다. 기후위기는 근본적으로 불평등 위기라는 얘기다.

기후위기에 모든 인류가 대항해야 하는 이유다.

전 세계 탄소배출 7위인 우리나라는 나라 안팎에서 '기후악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파리협정 참가 이후 지난해 7월 그린뉴딜 정책 추진과 10월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는 등 기후행동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 지난달 30일에는 이틀 간 국내 최초의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인 '2021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가 서울에서 열렸다.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지속 가능한 녹색성장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확산시키는 방안이 논의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유치' 추진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6일 P4G 공식부대행사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이재준 고양시장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75%를 배출하는 곳이 도시다. 이곳에서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기후행동의 50~80%가 지역에서 수행되는 만큼 지방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기후환경국 격상과 기후변화대응팀 신설 등 기후 관련 조직 체계를 강화했다.

지난해 8월 COP28 유치를 선언하고 '고양시 기후변화대응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를 통해 내년부터 전국 기초자치단체에 강제될 '기후변화 대응정책'보다 2년 앞서 자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전국 최초로 '탄소중립 시민실천연대'를 구성하고 '고양시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했다. 올 3월에는 '탄소중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고양시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선포했다.

앞서 올 1월에는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4기 회장 도시로 선출되는 등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도시 만들기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양시, 탄소 발자국 지우고 친환경 발자국 새기기 잰걸음

고양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2.8%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우선 파리협정을 준수하는 환경정책을 수립해 92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구체화했다.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조례'를 만들어 녹색도시 건설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전국 최초로 '나무권리 선언문'을 선포해 가로수 2열 식재 의무화와 하천변에 100리 숲길을 조성하고 있다.

시 탄소배출 1위로 꼽힌 '수송 분야' 대책으로 약 825억원을 들여 5년 내 전기버스 총 33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도시를 누비는 버스의 75%에 해당, 연간 약 282톤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관용차 또한 100% 전기차로 교체한다는 계획 아래 올해까지 모두 206대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마련 중이다. 자전거 이용객 증가를 위해서는 지난달부터 공유자전거 '타조(TAZO)'를 운영, 1000대를 투입했다. 내년까지 2000대를 추가해 총 3000대 규모로 서비스를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고양시는 '태양광 발전시설 및 시민햇빛발전소' 설치 등 신재생 에너지 육성으로 에너지 자립도시 조성을 위해 다양한 보급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8년부터 4년 간 고양시 신재생에너지 설치용량은 2018년 491kW, 2019년 1320kW, 2020년 2455kW, 2021년 2546kW로 해마다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음식물과 축산분뇨 처리 가스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에너지 시설' 운영으로는 연간 4000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도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운동의 활발한 전개와 '저탄소 생활실천 추진사례 발표' 등으로 시민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3일 동안은 '2021 고양도시포럼'을 환경·도시재생·평생교육을 주제로 개최해 기후위기에 대한 아젠다를 적극 공론화 할 방침이다.

장항습지 품은 고양시... 탄소중립 견인도시 부상 예고

지난달 고양시민에게 경사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등재를 건의한 지 11년 만에 장항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것이다. 장항습지의 생태적 가치와 생물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게 된 셈이다. 장항습지는 수도권 2500만 시민들이 다녀갈 수 있는, 도심과 가장 가까운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 하구에 위치한 지리적 강점을 지녔다. 이전 람
사르 습지들보다 훨씬 큰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다.

고양시는 장항습지와 인근 지역인 제1자유로 옆에 나무를 심어 도시화를 차단하는 등 습지의 보존과 운영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간 7490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장항습지가 람사르습지에 등록되면서 고양시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 활동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대도시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탄소저장고인 습지'를 보유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탄소중립 도시 이미지 구축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서다.

한편 고양시는 인천공항과 가까워 접근성이 쉬울 뿐 아니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사무국 기준에 부합하는 컨벤션 시설을 가진 국내 유일의 후보지다. 1인당 8.48㎡이라는 높은 생활권 도시림 면적 역시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에너지자립률 11%를 달성해 2022년 목표치인 8.5%를 이미 웃도는 성적을 거둬 탄소중립 선도 도시로서의 역량 입증에 힘이 실리게 됐다.

지난 4월에는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가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고양시의 COP28 유치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를 통해 31개 경기도 시군은 우리나라 인구의 1/4인 1346만명이 사는 메가시티 경기도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유치해 '도시에서의 기후위기 해법'을 모색할 것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민 기자 kymin@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