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 등 민간부채 비율은 높고 정부부채 비율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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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계 등 민간부채 비율은 높고 정부부채 비율은 낮아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06.09 11: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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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연구소, 한국·미국·일본·영국·독일 등 5개 나라의 매크로 레버리지 분석 발표
한국은 민간부채 비율 가장 높고 정부부채는 낮은 것이 특징... 코로나19 이후 고착화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민간부채, 정부부채 비중 목표치를 도출할 필요도 있다" 제언
한국 등 주요 5개국 GDP 대비 부채 비율(2020년 3/4분기 기준). 자료=BIS 및 한국은행. (그래픽디자인=나라살림연구소) copyright 데일리중앙
한국 등 주요 5개국 GDP 대비 부채 비율(2020년 3/4분기 기준). 자료=BIS 및 한국은행. (그래픽디자인=나라살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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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민간부채(가계 및 기업 부채) 비율은 높고 정부부채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9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교 대상인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독일 가운데 가계부채 최대 증가국과 정부부채 최소 증가국으로 한국이 지목됐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공공재가 적은 우리나라의 경우 의식주를 비롯해 교육, 건강 등 대부분의 생활 영역에서 필요한 비용을 개인이 책임지기 때문인 걸로 분석된다. 

주요 선진국이 국민에게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감당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가계)에게 맡겨 놓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정부부채는 적고 개인부채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가계 및 정부의 부채 구조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살림연구소가 9일 펴낸 '나라살림리포트 제168호'를 보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는 최대 증가한 반면 정부부채는 최소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바탕으로 5개 나라의 2000~2020년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가계부채, 기업부채와 그 합을 비교해 나라빚에 대한 추이와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5개 나라 가운데 가계 및 기업 등 민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나 정부부채 비율은 가장 낮은 특징을 보였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전세계 국가들의 부채 비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2020년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한국의 부채는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는 가장 높은 데 반해 정부부채는 낮은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 비율(2000~2020년, 위) 및 한국 등 주요 5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2000~2020년). 자료=BIS 및 한국은행. (그래픽디자인=나라살림연구소) * 2020년은 3/4분기 기준.copyright 데일리중앙
한국의 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 비율(2000~2020년, 위) 및 한국 등 주요 5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2000~2020년). 자료=BIS 및 한국은행. (그래픽디자인=나라살림연구소) * 2020년은 3/4분기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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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2%로 영국(83.8%), 미국(74.7%), 일본(60.3%), 독일(54.3%) 등 비교대상 5개국 중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전반적인 부채 비율이 증가한 2020년(3/4분기 기준)에는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101.1%로 전년 대비 5.9%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영국(88.9%), 미국(78.0%), 일본(64.3%), 독일(57.7%)이 전년 대비 각각 5.1%p, 3.3%p, 4%p, 3.4%p 증가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 역시 101.8%로 일본(101.6%), 미국(75.7%), 영국(72.0%), 독일(59.1%) 등 비교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2000~2020년 약 20년 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가계 및 기업 등 민간부채의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4개국과 비교했을 때도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39.2%로 일본(215.4%), 영국(110.5%), 미국(103.0%), 독일(65.1%)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전반적인 부채가 증가한 2020년(3/4분기 기준)에도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5.6%로 전년 대비 6.4%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이는 일본(235.1%), 영국(133.7%), 미국(128.7%), 독일(76.9%)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들 국가는 같은 기간 각각 19.7%p, 23.2%p,  25.7%p, 11.8%p 증가했다.

한국 등 주요 5개국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2000~2020년). 자료=BIS 및 한국은행. (그래픽디자인=나라살림연구소) * 2020년은 3/4분기 기준.copyright 데일리중앙
한국 등 주요 5개국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2000~2020년). 자료=BIS 및 한국은행. (그래픽디자인=나라살림연구소) * 2020년은 3/4분기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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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2000~2020년 간 한국은 가계 및 기업 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정부부채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4개국과 다른 한국의 특징이다.

실제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일본과 5.16배 차이를 보였고 정부부채 비율이 낮은 독일과도 1.69배 정도 차이가 났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부채 수준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고자 BIS 자료를 바탕으로 2000~2020년 GDP 대비 정부부채, 가계부채, 기업부채 현황 변화를 비교해 봤다"며 "한국의 민간부채는 비교대상 5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2000~2020년 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코로나 19 이후 큰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주요 선진국에 비해 복지 수준이 낮고 양극화가 심한  걸로 알려진 미국과 일본의 경우도 우리나라에 비해 정부부채 비율은 높고 민간부채 비율은 낮은 것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일본이나 미국이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국가(정부)의 역할이 적은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더 많은 역할을 하려고 한다라는 것이 이번 리포트의 행간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2004년 소폭 내린 뒤 꾸준히 상승해 2005년 일본, 2006년 독일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2014년 미국, 2016년에는 영국의 가계부채 비율도 앞질렀다.

이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정부 및 민간부채 비중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4개국과 비교해서 상반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민간부채, 정부부채 비중 목표치를 도출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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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경 2021-06-09 21:46:53
한국은
개인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