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무리한 철거와 이를 묵인한 현대산업개발 업무태만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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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사고, 무리한 철거와 이를 묵인한 현대산업개발 업무태만이 원인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08.09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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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 사고발생 후 60일 간의 조사결과 발표
현대산업개발의 불법하도급 따른 공사비 과도한 삭감도 원인으로 작용
현대산업개발, 3.3㎡당 28만원에 수주... 재하도급사는 4만원에 공사
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과 건물 붕괴사고는 해체계약서와 다른 무리한 철거와 이를 묵인한 원도급사 현대산업개발의 업무 태만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졌다. 과도한 성토로 인한 구조물의 붕괴 과정. (자료=국토교통부)copyright 데일리중앙
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과 건물 붕괴사고는 해체계약서와 다른 무리한 철거와 이를 묵인한 원도급사 현대산업개발의 업무 태만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졌다. 과도한 성토로 인한 구조물의 붕괴 과정. (자료=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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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지난 6월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 참사는 해체계약서와 다른 무리한 해체방식과 과도한 성토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또 원도급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의 업무태만과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공사비가 애초의 14%까지 줄어든 것이 참사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6월 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당시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내 5층 건축물 해체(철거) 작업 중 건물이 도로변으로 붕괴되면서 정차 중이던 버스 안 승객 17명의 사상자(사망 9명, 부상 8명)를 냈다.

사조위는 사고원인 조사 결과 계획과 달리 무리한 해체방식을 적용해 건축물 내부 바닥 절반을 철거하고 ▷3층 높이(10m 이상)의 과도한 성토를 해 작업 하던 중 ▷1층 바닥판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파괴됐다고 밝혔다.

또 지하층으로 성토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상부층 토사의 건물전면 방향 이동에 따른 충격이 구조물 전도 붕괴의 직접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 살수작업의 지속, 지하층 토사 되메우기 부족 등 성토 작업에 따르는 안전 검토 미비 및 그밖의 기준 위반 사항도 발견됐다.

이밖에도 해체계획서의 부실 작성·승인, 공사현장 안전관리 및 감리업무 미비와 불법 재하도급 계약에 따른 저가공사 등이 간접 원인으로 작용했던 걸로 조사됐다.

해체계약서와 다른 무리한 철거와 이를 묵인한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업무 태만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라는 얘기다.

불법 하도급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공사비가 애초의 14%까지 삭감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현대산업개발은 재개발조합에서 3.3㎡당 공사비를 28만원으로 수주했다.

그러나 다단계식 불법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는 1/7(14.2%) 수준인 3.3㎡당 4만원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도급사(28만원)에서 하수급인(10만원), 재하수급인(4만원)을 거치면서 공사비의 80% 이상이 증발된 셈이다. 저가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를 지니고 있었던 것.

지난달 28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부실공사로 이어진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현대산업개발이 알고서도 묵인한 정황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 조사와 경찰 수사에서 현대산업개발의 부실, 불법 묵인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아직까지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이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피해 회복,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는 모르쇠와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내 5층 건축물 해체 직전 건물 모습. 왼쪽부터 상층부 해체작업(6월 7일), 성토 추가 후 옥탑 해체작업(6월 9일). (사진=국토교통부)copyright 데일리중앙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내 5층 건축물 해체 직전 건물 모습. 왼쪽부터 상층부 해체작업(6월 7일), 성토 추가 후 옥탑 해체작업(6월 9일). (사진=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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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위에서는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①해체계획서의 수준 제고 ②관계자(설계자·시공자·감리자·허가권자)의 책임 강화 ③불법 하도급 근절 및 벌칙규정 강화 등의 재발방지 방안을 제시했다.

사조위 이영욱 위원장은 "위원회에서는 이번 사고조사 결과발표로 피해 가족과 국민들이 붕괴사고의 원인을 납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최종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해 약 3주 후에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김흥진 국토도시실장은 "사조위에서 규명된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 TF에서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했고 내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관련 제도를 제·개정하고 현장에 적극 반영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형석 국회의원(광주 북구을)은 광주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부실공사와 불법 하도급을 묵인한 HDC 현대산업개발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석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오늘 발표한 조사 결과 광주건물 붕괴참사는 안전불감증과 불법 재하도급이라는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인해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며 "특히 부실공사와 불법 재하도급을 묵인한 현대산업개발은 책임있는 자세로 유가족들의 피해 보상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열린캠프가 운영하고 있는 '광주건물붕괴 참사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TF' 단장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경찰은 보다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 유가족 등이 납득할 수 있는 참사 원인규명과 실질적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 건불 붕괴 사고에 대한 국토부 조사 결과와 관련해 HDC 현대산업개발 쪽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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