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올 가을 낭만발레의 대표작 '지젤'로 관객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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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올 가을 낭만발레의 대표작 '지젤'로 관객 찾아간다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1.09.30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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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넘어선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 지상에서 가장 슬픈 그녀의 사랑이야기
10월 29~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지젤의 초자연적 러브스토리에 몰입
지젤: 손유희·한상이·홍향기, 알브레히트: 콘스탄틴노보셀로프·간토지·이동탁·이현준
유니버설발레단이 올 가을 낭만발레의 대표작이자 한국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 '지젤'로 관객을 찾아간다. (포스터=유니버설발레단)copyright 데일리중앙
유니버설발레단이 올 가을 낭만발레의 대표작이자 한국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 '지젤'로 관객을 찾아간다. (포스터=유니버설발레단)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상반기 <돈키호테>와 <트리플빌>로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호평을 받았던 유니버설발레단이 올 가을에는 낭만발레의 대표작이자 한국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 <지젤>로 관객을 찾아간다.

오는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정기공연을 올린다.

<지젤>은 귀족 신분의 알브레히트와 평범한 시골처녀 지젤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배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숭고한 사랑을 주제로 19세기 문예사조에서 찬미했던 초자연적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요정과 같은 신비로운 존재와 영적 세계와 현실의 비극적 사랑을 주로 다룬 낭만발레는 <라 실피드>가 대표적이며 <지젤>은 그 정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라고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설명한다.

낭만발레의 대명사 <지젤>의 탄생

발레에 관한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 <지젤>은 흔히 '발레' 하면 떠오르는 순백의 로맨틱 튜튜를 입은 발레리나들의 군무, 주역들의 화려한 테크닉과 사랑이야기 등 명작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불후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지젤>은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테오필 고티에가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의 서사시 '독일, 겨울이야기'에서 '윌리'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뒤 영감을 받아 집필한 작품이다. 장 코랄리와 쥘 페로의 안무와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1841년 6월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다.

'윌리'는 독일 신화에 등장하는 처녀 귀신을 일컫는데 이들은 숲 속을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해 날이 밝을 때까지 끊임없이 춤만 추다 죽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전설 속 윌리는 자칫 공포스러운 존재로 여겨질 수도 있는데 작품 <지젤>에서는 요정이나 정령처럼 아름답고 신비스런 영혼으로 그려진다.

고티에는 우연히 한 기회에 당시 발레 스타였던 카를로타 그리시(Carlotta Grisi, 1819~1899)의 춤을 접하고 그녀에게 빠져들고 만다. 당시 빅토르 위고의 영향으로 낭만사조에 심취해 있었던 고티에는 그리시의 춤을 통해서 자신의 예술적 이념에 부합하는 발레 작품, 무엇보다 깊이 연모하는 여인을 위한 발레 대본 작업에 들어갔다. 

당연히 세계 초연의 주역은 그리시에게 돌아갔으며 당대 최고의 대본 작가, 안무가, 작곡가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한 <지젤>은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고티에의 현실 사랑은 <지젤>의 슬픈 결말처럼 이뤄질 수 없었다. 이미 그리시는 쥘 페로와의 사이에 딸을 두었으며 뒤에 그들은 정식 부부가 되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티에는 카를로타 그리시의 친동생과 결혼을 하고 만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종착역인지 아니면 그렇게라도 사랑하는 이의 곁에 남고 싶었던 이기적인 선택인지는 고티에 자신만이 알겠지만 이 비하인드 스토리는 <지젤>과 결합돼 묘한 여운을 남긴다. 

세계 초연 후 <지젤>은 당대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되기에 이르렀으며 유럽의 주요 발레단에 수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초연 도시였던 파리에서 그 인기는 곧 시들해졌고 1868년 이후 한동안 파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작품은 러시아 황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프랑스 출신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1818-1910)에 의해 1860년 러시아 황실 극장에서 재공연됐다. 

이후 1911년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가 유럽으로 다시 들여와 재전성기를 구가하게 됐다. 따라서 오늘날 전세계 무대에 오르는 <지젤>은 러시아 황실의 보호 아래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덕분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이 특별한 이유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은 한국 발레사에 있어 그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1985년 초연 이후 첫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튼 작품으로 큰 족적을 남겼기 때문. 

더하여 문훈숙 단장은 1989년 마린스키발레단의 전신인 키로프발레단의 <지젤> 객원 주역으로 초청받아 무려 일곱 차례 커튼콜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 초청 공연은 문훈숙 단장에게 '영원한 지젤'이란 별칭을 안겨줬고 동시에 세계 무대에서 한국인 발레리나의 뛰어난 수준을 알리는 계기도 마련했다.

1막 라인 강변의 농가 – 사랑의 끝 비극의 시작, 2막 윌리들의 숲 –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위에서부터). (사진=유니버설발레단)copyright 데일리중앙
1막 라인 강변의 농가 – 사랑의 끝 비극의 시작, 2막 윌리들의 숲 –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위에서부터). (사진=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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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의 예술성과 작품성은 세계 무대의 인정과 호평을 받아왔다. 1999년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에 이어 이듬해에는 그리스, 독일, 스위스, 영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투어를 통해 유럽 무대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 발레단으로서 그 수준을 인정받았다. 

2011년 일본 투어는 현지 관객들과 문화예술계를 모두 사로잡으며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의 인기는 한결같다. 2005년 예술의전당 공연에서 유례없는 전회 매진을 달성하며 방송에서 다룰만큼 주목을 받았다. 이후 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하며 현재까지 변함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공연 역시 최단기 전회 매진이라는 기염을 낳으며 발레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무대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에 열광하는 이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교하게 다듬어진 세계적 수준의 군무에서 찾을 수 있다. 푸른 달빛 아래 순백의 면사포와 로맨틱 튜튜를 입은 윌리들이 공기 속을 부유하듯이 시시각각 대열을 맞추며 정교하게 추는 춤은 백색 발레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의 발레가 장기인 유니버설발레단의 매력이 돋보이는 윌리들의 군무는 '제2의 주역'이라 할 수 있다. 때론 정적으로, 때론 동적으로 강렬하면서 동시에 서정적인 매력을 표출하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주인공 지젤이 보여주는 극적인 연기 변화와 초자연적 러브스토리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1막에서 지젤은 순수하고 발랄한 시골 처녀의 모습에서 사랑의 배신에 오열하며 광란으로 치닫는 비극적인 여인으로 그려진다. 2막에서는 영혼 윌리가 된 지젤이 죽어서도 연인(알브레히트)을 지키려는 숭고한 사랑의 감정연기로 객석을 몰입시킨다. 

고난도의 테크닉은 물론 기교 이상의 내면 연기력이 요구되기에 지젤은 발레리나라면 반드시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자 기량과 경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주역 소개

오는 10월 29~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발레 '지젤'의 공연 일정표. (자료=유니버설발레단) copyright 데일리중앙
오는 10월 29~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발레 '지젤'의 공연 일정표. (자료=유니버설발레단)
ⓒ 데일리중앙

이번 <지젤>을 놓칠 수 없는 이유는 유니버설발레단 대표 주역들로 구성된 믿고보는 조합과 신선한 이색 조합의 케미를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2021년 가을, 발레팬들을 사로잡을 네 가지 빛깔의 지젤과 알브레히트를 소개한다.

먼저 주인공 지젤 역으로 유니버설발레단 에이스 발레리나 손유희씨가 무대에 오른다. 파트너인 알브레히트 역으로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현준씨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함께한다. 이현준씨는 손유희씨의 남편이다.

두 번째 '지젤-알브레히트' 커플은 100% 믿고 보는 매혹의 대세 커플이다.

2016년 '프리나 발레리나'에 빛나는 홍향기씨는 지난 8월 결혼을 통해 더욱 성숙해졌고 전매특허 고난도 테크닉에 세련된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준비도 모두 마쳤다고 한다. 홍향기씨와 호흡을 맞출 상대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씨다. 

다음으로는 신선한 이색 조합이다.

솔리스트 한상이씨는 귀족적인 외모와 신체조건으로 주목들 받으며 2005년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한국인 최초), 2006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을 거쳐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무용수다. 함께 호흡을 맞출 상대는 간토지 오콤비얀바로 몽골 국립오페라발레단을 거쳐 2017년 유니버설발레단에 합류한 수석무용수다. 둘은 2018년 충무아트센터 공연 이후 3년 만에 정기공연으로 다시 만나는 것이다.

송정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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