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SK텔레콤의 '슈퍼갑질'에 납품업체가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등 중소기업 갑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이 협력업체의 핵심인력을 유출하고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7일 열린 국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9년 연속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을 받은 SK텔레콤의 영세 중소기업을 향한 불공정행위는 비리 종합선물세트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IoT 개발업체인 판게아솔루션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가 비상 시 탈출이 쉽도록 만든 '스마트 태그(Smart Tag)'를 2018년부터 SKT에 독점 납품했다. 이 기기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필수장치로 쓰인다고 한다.

판게아는 SKT의 제1밴더로서 2024년까지 독점 납품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SKT는 공급망 다변화를 명분으로 A사와 B사에 각각 입찰 제안요청서를 보냈다.

문제는 SKT가 스마트태그에 대한 디자인권이 판게아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안요청서에 '판게아의 제품과 가급적 디자인이 유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 황 의원의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최초 A사가 낙찰됐는데 이 업체는 SKT의 이 아무개 매니저가 판게아 개발팀장의 퇴사를 종용해 만든 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이 아무개 매니저는 창업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A사가 중기부의 R&D 과제를 선정받을 수 있도록 허위의 구매의향서를 발급해줬고 A사 대표는 이를 과제 지원 시 사업계획서에 첨부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중기부 산하 R&D 수행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구매의향서가 허위서류임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A사에게 약 3억원 규모의 자금을 여전히 지원 중이다.

이후 판게아 유용덕 대표가 문제를 제기하자 SKT는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A사를 유찰시키고 B사를 최종 낙찰했다.

그러나 B사 역시 SKT와 특수관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SKT가 6.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현직 대표 모두 SKT 출신이다. B사의 최대 주주 역시 2000년 SKT 사내벤처팀 출신이 창업한 회사다.

B사가 SKT에 납품한 1만2000개의 스마트태그는 판게아의 디자인권을 침해해 만든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SKT는 B사의 지적재산권 침해 사실을 인지한 뒤 사건을 무마하고자 판게아와 합의서를 작성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서 주요 내용은 판게아가 향후 SKT에 일체의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것과 독점 공급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합의서 작성 한 달 뒤 SKT는 사업 주체가 변경됨에 따라 합의서상 독점 공급 보장을 이행할 수 없음을 판게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판게아 유용덕 대표는 "SKT는 평소 거래에 있어서 구두발주, 대금 지급지연 등을 일삼으며 불법행위와 갑질행위를 했다"며 "심지어 이 모 매니저는 SKT가 B사의 주주이고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B사를 통해 제품을 납품하라고 했다"고 SKT의 갑질 행각을 고발했다.

SKT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정황일 뿐 명확한 증거가 없어 자체조사 결과 내부 직원 조치에 한계가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황운하 의원은 권칠승 중기부 장관을 상대로 "중기부의 허술한 R&D 심사과정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심사과정 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촉구했다.

황 의원은 "기술이 전부인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횡포 앞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 인력유출, 권리침해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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