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냉면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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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냉면 이야기 (2)
  • 이병익 기자
  • 승인 2021.10.0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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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칼럼니스트)
이병익 칼럼니스트. copyright 데일리중앙
이병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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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냉면에 관한 글을 쓴다. 필자는 평양냉면 매니아라고 자부한다. 원산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일찍이 냉면 맛을 보고 지금은 맛을 나름대로 느낀다. 평양냉면을 전문적으로 하는 집은 그리 많지는 않아도 필자가 맛있다고 느끼면 기억을 해둔다. 그러다가 그 동네로 지나갈 일이 있으면 꼭 들르곤 한다. 흔히 냉면을 여름 음식이라고 하지만 사철 먹을 수 있는 친근한 음식이다.

최근에 들른 집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만포면옥이다. 이곳이 본점이고 송추에도 뿌리가 같은 집이 있다고 한다. 냉면집 싸이즈로 보면 크지 않은 집이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냉면집이다. 구체적인 냉면집의 역사나 전통은 모르지만 먹어보니 특별한 맛이어서 이렇게 맛자랑을 하려고 한다. 평양냉면은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뭘 이런 것을 돈 주고 먹느냐고 항변한다. 부산 친구의 표현에 의하면 니맛도 내맛도 아닌 닉닉한 국수 정도로 말한다. 차라리 냉국수를 해 먹는 게 낫다고 하면서...

당연히 냉국수도 맛있다. 국수를 시원한 멸치 국물에 말고 부추김치나 파김치를 넣어 먹으면... 부산의 구포에서 맛있게 먹던 냉국수는 일품이었다. 그러나 평양냉면과 냉국수를 비교하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에게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하고 묻는 것과 같다. 필자처럼 면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말하면 이 집의 냉면의 특징은 무미한 냉면육수의 맛이다. 어느 냉면집에서도 맛보지 못한 특별한 무미의 맛이다. 이 맛이 나의 호기심을 끌게 되었다.

내가 맛있다고 느끼는 집은 대개 조미료를 쓴다. 요즈음은 천연 조미료가 대세인지라 인공조미료를 쓰는 곳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다른 곳에서 먹어본 냉면에는 조미료가 들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만포면옥의 냉면은 조미료 맛이 조금도 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무미(無味)의 맛이 특이하게 입맛을 끌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 궁금하기도 했으나 따질 겨를이 없었다. 같은 평양냉면이라도 면발에서 나오는 맛은 유명 냉면집마다 다르다. 아마 메밀의 비율이 조금씩 다르거나 특별한 첨가물이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 있을 뿐이다. 이 집의 면도 딱 내 입맛이다. 절인 양배추도 반찬으로 제격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 집을 몰랐다는 것이 신기하다. 만포면옥을 알려준 이규원형이 고맙다.

나는 평양냉면집에서 냉면에 얼음이 들어 있는 집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냥 찬 육수에 냉면만 들어가도 시원한 느낌으로 잘 먹는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가 부실해서인지 얼음이 들어간 냉면은 맛을 느끼기 어렵다. 이 집은 얼음을 넣지 않아 좋았다. 평양냉면은 한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가 없다. 먹어야겠다고 느끼면 자신이 좋았던 기억의 집으로 찾아가게 되어있다. 앞으로 은평구로 갈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직접 손으로 빚었다는 투명한 만두도 너무 맛있었다.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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