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150분에 걸친 역동적인 감동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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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150분에 걸친 역동적인 감동 무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11.27 23: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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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에 객석의 찬사 이어져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시대를 앞서간 낭만적인 음악, 시적인 아름다운 노랫말 돋보여
대형 종, 30톤 넘는 웅장한 세트, 고난이도의 아크로바틱 댄스가 풍성한 볼거리 제공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펼쳐졌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파리의 심장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을 다각도로 다뤘다.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copyright 데일리중앙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펼쳐졌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파리의 심장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을 다각도로 다뤘다.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아름답고 치명적인 매력의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사랑은 죽음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추악한 외모에 꼽추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그의 에스메랄다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은 고귀하고 눈물겨웠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3주 간의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 다시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조기 종연된 뒤 10개월 만이다.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보기 위해 20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대극장 1,2,3층이 거의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찼다.

제작사 쪽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000석 가운데 이날 2000석 넘게 좌석이 팔렸다고 밝혔다. 좌석 띄어 앉기(거리두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좌석 매진이라는 얘기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불후의 걸작인 동명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를 원작으로 프랑스 파리의 심장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파리 근위대장 페뷔스의 이룰 수 없는 사랑, 그리고 욕망에 휩싸인 성당의 대주교 프롤로의 뒤틀린 사랑을 다각도로 그려냈다.

에스메랄다라는 이름은 5월의 탄생석이자 아름다운 녹색 보석 에메랄드에서 따온 것으로 당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은 남자가 없을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된 15세기는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대였다. '백년전쟁' '페스트' 등으로 빚어진 혼란과 황폐 속에 봉건귀족과 교회가 타락을 거듭하면서 중세는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르네상스 기운이 싹트던 시기였다.

이 시대에는 유럽에 처음으로 집시가 등장한 시기로 파리에도 많은 집시가 몰려들었고 이들은 노트르담 근교애 모여 살았다. 

역동적인 음악과 함께 막이 오르자 이야기는 거리의 음유 시인이자 극중 해설자인 '그랭구와르'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서곡으로 시작됐다. 1482년 교회가 세상의 중심에 있고 마녀사냥이 한창이던 때다.

그랭구와르는 끊임없는 욕망과 타락으로 교회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대성당의 시대 개막과 함께 새로운 천년을 예언했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자 노트르담 대성당 광장에는 집시들이 누워 있고 그들의 왕인 클로팽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인 프롤로에게 집시들이 머물 곳을 요구한다.

이때 에스메랄다를 비롯한 집시들은 "우리들은 집이 없는 방랑자, 은신처를 달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프롤로 대주교는 근위대장 페뷔스에게 집시들을 추방하라고 명령한다. 그런 가운데 프롤로는 춤추는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고 세속적인 욕망에 빠진다.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는 자신은 보헤미안이라며 집시들의 삶과 자신의 손금에 찍힌 운명에 관해 노래하고 춤췄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집착과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가 150분(중간에 쉬는 시간 20분 포함) 간 이어졌다. 

"오, 루시퍼! 오, 단 한 번만 그녀를 만져볼 수 있게 해주오. 에스메랄다, 에스메랄다."

이번 작품은 대사없이 노래(넘버)로만 이뤄진 성 스루(Sung-through) 뮤지컬로 오리지널이 가진 힘과 함께 프랑스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안겨줬다. 프랑스 원어로 공연됐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

특히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s)' '아름답다(Belle)' '보헤미안(Bohemienne)' '살리라(Vivre)' 등 가슴을 파고드는 강렬한 넘버들이 몰입도를 높였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독창적이고 격정적인 안무가 또한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세계적인 명작답게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최정상 배우들이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추악한 외모에 꼽추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순수하고 맑은 영혼으로 에스메랄다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콰지모도' 역은 안젤로 델 베키오(Angelo Del Vecchio)가 맡았다.

아름답고 고운 매력으로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집시여인 '에스메랄다' 역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엘하이다 다니(Elhaida Dani)가 무대에 올랐다. 특히 그가 등장할 때마다 흘러 나오는 아름다운 선율이 프랑스 뮤지컬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거리의 음유 시인이자 극중 해설자인 '그랭구와르' 역에는 2005년 서울 공연부터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리샤르 샤레스트(Richard Charest)가 나왔다. 그는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권위적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로 춤추는 에스메랄다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진 '프롤로' 역은 다니엘 라부아(Daniel Lavoie)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합류해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집시들의 왕이자 에스메랄다의 보호자인 '클로팽' 역은 이삭 엔지(Isaac Enzi), 파리의 근위대장으로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페뷔스' 역은 존 아이젠(John Eyzen)이 맡았다.

그리고 페뷔스의 약혼녀인 파리의 귀족 여인 '플뢰르 드 리스' 역에는 엠마 르핀(Emma Lepine)이 한국 관객과 만났다.

또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Riccardo Cocciante)의 시대를 앞서간 낭만적인 음악, 극작가 뤽 플라몽동(Luc Plamondon)의 시적인 노랫말이 돋보였다.

여기에 100kg이 넘는 대형 종을 비롯한 30톤이 넘는 거대하고 웅장한 세트, 고난이도의 아크로바틱 댄스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날 공연에서 특히 콰지모도의 애끓는 사랑이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프롤로 주교의 위협으로부터 에스메랄다를 구해낸 콰지모도는 잠들어 있는 그녀 앞에서 자신의 추한 모습을 한탄하며 세상의 불공평함을 노래했다.

주교에 의해 갇히게 된 에스메랄다는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를 강요받게 되는데 주교한테 욕망의 재물이 되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죽음을 선택했다. 

에스메랄다는 끝내 '마녀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교수형에 처해진다.

콰지모도는 싸늘해진 에스메랄다의 주검을 부둥켜안고 절규했다. 하늘을 향해 굵고 허스키한 그의 애달픈 울부짖음이 한동안 이어졌다.

죽어서라도 에스메랄다와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께 애원했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사람들은 알겠지
슬픈 콰지모도, 그가 에스메랄다를 얼마나 애타게 사랑했는지
저주받은 그 영혼이 어떻게 사랑했는지
···········································································
오, 나의 에스메랄다.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오, 나의 에스메랄다. 노래해요 에스메랄다"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춤추고 노래하던 에스메랄다의 모습을 그리며 죽은 그녀 옆에 함께 잠드는 콰지모도의 슬픈 노래로 2시간 반에 걸친 대공연의 막을 내렸다.

극중 페뷔스,프롤로, 에스메랄다, 그랭구와르, 플뢰르 드 리스, 콰지모도, 클로팽. (왼쪽부터)
ⓒ 데일리중앙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막을 내린 뒤 출연자들이 무대 위로 다시 나와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copyright 데일리중앙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막을 내린 뒤 출연자들이 무대 위로 다시 나와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공연이 끝난 뒤 20여 명의 출연자들은 무대 위로 다시 나와 새로운 천년을 알리는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s)'를 노래하며 객석에 인사를 했고 한국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 17일 개막한 프렌치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은 12월 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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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규 2021-11-28 13:04:20
콰지모도의 애절한 울부짖음이 사람들을 울렸겠네요.
에스메랄드가 도대체 어떻길래
모든 남자들이 첫눈에 반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