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보존 논리에 갇혀 병폐를 묵인해온 과거와 결별하겠습니다. 민노당의 창당 정신을 새로운 시대적 가치와 접목시키면서 민노당의 성과를 계승시켜가겠습니다. 민노당의 혁신을 바라는 전국의 당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8년 전 저희들이 약속했던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노력 수포... 새로운 진보의 길 찾아 떠나겠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5일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를 정면 비판하며 탈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노 의원의 탈당 예고는 그가 민노당의 간판이라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노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는 지난 3일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며 비대위의 당 혁신안을 좌절시킨 자주파를 질타한 뒤 "이제 저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떠나고자 한다"며 사실상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2월 3일 민노당 당대회에서 노동자, 서민은 없었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정당이어야 한다는 창당정신은 실종되고 민노당 스스로 자신의 존립 의의를 부정했다"며 "이 순간, 지난 20년 동안의 진보정치 역정에서 가장 참담한 심경으로 국민들 앞에 서 있다"고 탈당을 앞둔 복잡한 심경을 내보였다.

이어 "두 개의 진보정당이 존립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 발버둥쳤던 저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분당을 막기 위한 시도가 실패했음을 자인한 뒤 "민노당을 건설하기 위해 10여 년의 청춘을 불태운 사람으로서, 창당을 설계한 당사자로서 무한책임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설 연휴 지나 평등파 민노당 이탈 본격화할 듯

민노당의 창당 주역인 노 의원의 탈당 예고로 평등파의 대규모 민노당 이탈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심상정 의원 또한 설 연휴 동안 탈당을 포함한 거취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설 이후 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노 의원은 "설 연휴 이후 전국을 돌며 동지들을 만나 뜻을 모을 것"이라며 "선의의 당원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고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지당원들을 먼저 진보신당으로 옮긴 뒤 뒤따라 탈당해 진보신당에 합류하겠다는 것.

진보세력의 민노당 이탈과 새 진보정당 창당 움직임이 빠르게 가시화되면서 노회찬-심상정-조승수 3자 회동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심상정 조승수 단병호 등과 공동보조

앞서 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심상정 의원과 힘을 합칠 것이냐는 질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들은 비대위가 민노당을 혁신시켜야 되는 생각으로 일치했고 함께 행동하기로 이제까지 쭉 얘기를 해왔다"고 밝혀 앞으로 공동보조를 맞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 의원은 또 1일 민노당을 탈당한 조승수 전 의원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추구하는 여러 세력들, 이제까지 민주노동당에 있지 않았던 세력들까지 포함해서 폭넓게 만나고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해 설 연휴 이후 회동 가능성을 내비쳤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