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파주 평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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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주 평양옥
  • 이병익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1.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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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칼럼니스트)
파주 평양옥 전경. (사진=이병익) copyright 데일리중앙
파주 평양옥 전경. (사진=이병익)
ⓒ 데일리중앙

2022년 들어서 평소에 정치칼럼을 써왔던 필자가 평양냉면 매니아로서 냉면에 관한 세 번째 글을 쓰게 된다.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으로 달리다 보면 통일동산과 헤이리 예술마을 진출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그 방향으로 나가면 오두산 전망대도 있고 국가대표 축구 트레이닝 센타도 있다. 파주 소방서 옆 건물에 평양옥이라는 간판을 단 고즈넉한 외형의 가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간 기억이 13~14년 전이었을 것이다. 평양옥의 역사가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양옥은 처음 경영했던 사장님과 기억이 좋았던 것 같다. 대여섯 살쯤 된 사장님 따님과 같이 아래 작은 마당에서 그네를 타고 사진도 찍었었다. 벌써 오래전에 사장님 가족이 뉴질랜드에 이민을 떠났고 그 분의 처형께서 이어서 경영하고 있다. 주인은 바뀌었으나 냉면 맛은 변함없이 내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메밀을 직접 갈아서 원료로 쓰고 있으니 그 성의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냉면 맛은 메밀재료와 육수의 조화에 있다. 평양옥은 역시 메밀면이 특별히 맛있었다.

필자는 너무 찬 육수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얼음이 들어가면 일단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얼음이 들어간 냉면집에서는 걷어내기도 하고 가끔은 뜨거운 육수로 찬 맛을 없애기도 한다. 파주 평양옥은 참새방앗간처럼 자주 다녔다. 사는 곳이 행주산성 동네여서 드라이브 코스로 적당하고 또 북녘을 바라볼 수 있는 오두산 전망대도 있고 임진각도 있어 자주 다녔다. 연천을 갈 때도 문산을 갈 때도 휴게소처럼 들렸다. 평양옥은 불고기와 육개장도 맛있었지만 혼자 다닐 때는 냉면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축구 트레이닝 센타가 있어서 선수와 축구 관계자들이 자주 들르는데 필자가 직접 보기도 했었다. 오래전에는 이곳에서 정몽준 전 축구협회 회장도 본 적이 있다. 정 회장도 나도 실향민 2세라서 평양냉면의 맛을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았을 것이다. 요즘은 청년 세대들도 평양냉면의 깊은 맛을 알고 자주 찾는 것 같다. 부모님 모시고 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이 반갑고 아름답게 보인다.

냉면 이외의 서술들은 모두 잡설이고 오로지 냉면에 집중해서 말하자면 평양옥의 냉면은 면이 첫째로 맛있고 다음이 육수와의 조화이다. 파주 평양옥은 전통적으로 가업을 이어온 전통명가는 아니나 우리 입맛에 맞는 냉면이라는 것은 필자가 인정할 수 있겠다. 또 올 것을 다짐하고 입맛을 다시면서 평양옥을 뒤로하고 파주를 벗어났다.
 

이병익 칼럼니스트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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