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 간호대생 , '간호법 제정' 촉구 동맹휴학 등 정치적 총파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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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 간호대생 , '간호법 제정' 촉구 동맹휴학 등 정치적 총파업 예고
  • 김용숙 기자
  • 승인 2022.01.05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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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집회 참가해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 예고... "간호법, 1월 11일까지 제정하라!"
"현재 의료법은 1944년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위해 만든 '조선의료령'이 그 뿌리"
"일제 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채 '의료법'으로 무늬만 바꿔 70년째 존치되고 있어"
전국 12만 간호대생들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촉구 수요집회에 참가해 국회를 향해 오는 11일까지 간호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간호사 국가시험 거부, 동맹휴학 등 정치적 총파업을 경고했다. (사진=대한간호협회)copyright 데일리중앙
전국 12만 간호대생들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촉구 수요집회에 참가해 국회를 향해 오는 11일까지 간호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간호사 국가시험 거부, 동맹휴학 등 정치적 총파업을 경고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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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김용숙 기자] 전국 12만 간호대학생들이 5일 간호법 제정을 위해 간호사 국가시험 거부, 동맹휴학 등을 포함한 사상 초유의 정치적 총파업을 예고했다.

전국에서 모인 16개 시도 간호대학생 대표들은 전날 간호법 제정 추진을 위한 비상대책본부을 출범시킨데 이어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 주최 수요집회에 참석해 이렇게 밝혔다.

수요집회에 모인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은 국회와 여야 정치권을 향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간호대학생들은 간호법이 오는 11일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간호사 국가시험 거부와 동맹휴학 등을 포함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예비간호사인 간호대학생들이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등으로 배수진을 치고 간호법 제정에 앞장 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준용 간호법제정추진비상대책본부장(부산 동주대 학생)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국회와 정부가 간호법 제정이라는 우리들의 처절한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우리 간호대학생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내던지고 간호법 제정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대생들은 국회와 정부를 향해 ▷간호법 제정 없는 21대 국회를 역사의 오점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간호법 제정 없이는 더이상 신규 간호사 배출은 없을 것이라 경고했다.

또 대선후보들에게는 간호법 제정 없이는 그 어떤 정부의 교체와 재창출도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에게는 간호법 제정 없이는 진정한 코로나19 종식은 없다고 호소했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전국 간호대학생들이 간호법 비상대책본부를 발족해 간호법 제정 촉구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편으로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간호학 공부에 매진해야 할 여러분까지 참여하게 한 것이 안타깝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그러나 백년 만에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간호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아갈 간호대학생들이 함께해주는 것이 참으로 힘이 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이 결코 다른 직역의 이해를 침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협, 병협 등 의사단체들은 간호법을 곡해하고 폄훼하면서 간호법 논의 자체를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당당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시대가 달라지고 환경이 달라진 지금 70년 전에 만들어진 의료법으로는 현재의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민을 위해 그리고 간호사의 미래를 위해 간호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간호법 제정 당위성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현재 의료법은 1944년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위해 만든 '조선의료령'이 그 뿌리다. 조선의료령은 당시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조선 의료인들을 강제로 징집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통합한 법안이다. 

'조선의료령'은 이후 '국민의료법'에서 '의료법’으로 이름만 바뀐 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제 잔재가 청산되지 않고 '의료법'으로 무늬만 바꿔 70년째 존치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일본은 지난 1948년 의료법에서 간호법과 의사법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수요집회에도 국회의원들의 격려 방문이 이어졌다. 

간호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는 김민석(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왜 우리나라는 간호법이 없나? 왜 있었던 간호법이 일제에 의해 없어진 채 다시 바로 서지 못하나? 이런 질문에 모두 동의하는데 왜 아직 안 되고 있을까? 이런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간호법을 제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런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간호법은 결국은 통과될 법이다. 이해가 다른 당사자와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 여러분의 지금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수진 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너무 늦어진 간호법 제정, 국민 눈높이에 맞춘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호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면서 "의정활동을 통해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요집회 참가자들은 전국 600여 개 의료기관과 간호대학이 참여한 '#간호법이 필요해' 트러스를 배경으로 간호법 제정을 향한 전국 간호대학생들의 의지를 한 데 모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간호대학생들은 간호사 실습가운을 양철 휴지통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통해 간호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간호 미래를 담보할 수 없고 대한민국 간호사로도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을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수요집회 현장은 모두 'KNA TV 채널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으며 실시간으로 많은 국민들이 집회 현장을 지켜보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는 "오죽하면 간호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포기하면서까지 간호법 제정을 외치겠나" "의료법이 일제가 만든 법인 줄 몰랐다. 왜 그동안 손보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등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메시지가 많이 눈에 띄었다.

김용숙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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