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첫 번째 대선후보 4자 토론 관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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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첫 번째 대선후보 4자 토론 관전평
  • 이병익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0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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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칼럼니스트)
지난 3일 밤 KBS·MBC·SBS 방송3사 합동 초청 대선후보 첫 TV토론이 열렸다.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copyright 데일리중앙
지난 3일 밤 KBS·MBC·SBS 방송3사 합동 초청 대선후보 첫 TV토론이 열렸다.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 데일리중앙

3일 저녁 대선 후보 4자 토론이 공중파 방송에서 열렸다. 첫 번째 4자 토론임에도 후보들은 무난히 토론을 마쳤다. 무난하다고 느끼게 한 것은 후보들이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질문과 답변이 없었고 토론의 규칙을 잘 지켜서 사회자의 발언 제지나 경고 같은 불상사도 없었던 모범적인 토론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각 당의 평가도 자당 후보의 선전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이재명 후보는 정책대결을 원했고 실제로 정책대결이 주류를 차지했으니 불만은 없었을 것 같다. 윤석열 후보도 할 말은 충분히 한 것으로 평가하고 안철수 후보는 누구의 견제도 없었던 편안한 토론을 한 것으로 보이고 심상정 후보도 추구하는 당의 정체성을 잘 보여 주었다고 평가한다.

오늘 토론은 외형적으로 서로 승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본다. 토론이 늘 그렇듯이 시간의 제약이 있어 질문과 답변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질문의 요지와 답변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있고 답변을 길게 하여 중간에 잘리기도 한다. 짧은 시간에 의무적으로 두 사람에게 하는 질문의 경우에 첫 번째 후보자에게 하는 질문과 답변이 길어지면 두 번째 후보는 질문과 답변에 충분한 시간이 없으니 부실한 문답이 되고 마는 경우가 생긴다. 질문은 지지율 높은 윤석열, 이재명, 안철수 후보에게 집중되었고 심상정 후보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토론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후보자의 소속정당이나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미는 후보가 토론을 잘 했다고 평가했지만 객관적 입장에 서서 토론의 평을 해 보고자 한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관련 의혹에 대해서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공공 개발이익의 일부를 성남시에서 가졌다고 주장을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소수의 사람에게 1조원 이상의 이득을 안겨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지지자들을 의식하면 양 후보로서는 그렇게 주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후 이재명은 정책토론에 충실하려 했고 그의 생각대로 잘 되었다. 그러나 토론을 제일 잘할 것으로 믿었던 것에 비하면 특별히 토론에 능숙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의 친중국 사고에 거부감을 느끼는 안철수, 윤석열 후보의 반론을 불러왔다.

윤석열 후보는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 보였으나 토론의 기술은 좀 부족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토론을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해소되었다고 본다. 사드 추가배치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재명, 심상정 후보의 논리가 추가배치를 주장하는 윤석열 후보에 비해 설득력이 있었다고 보인다. 국방비를 사용하는 비중을 두고 경항모보다는 전투기에 투자해야 한다는 윤 후보의 주장이 타당성이 있어 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연금개혁의 주장을 하면서 4명 후보 모두의 동의를 받는 결과를 얻어냈다. 선거를 앞두고 누구도 감히 꺼낼 수 없었던 ‘뜨거운 감자’였던 연금개혁안을 안 후보가 제시하고 동의를 받은 것은 소신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한다. 심상정 후보는 여성 성폭행으로 실형을 받은 안희정 후보를 두둔한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 여사의 발언에 윤석열 후보의 사과를 끌어냈다. 정의당의 정체성을 잘 보여 준 장면이었다.

노동이사제에 찬성하는 윤석열 후보와 반대하는 안철수 후보의 토론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바람직한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만 떼어놓고 두 후보를 비교하자면 윤석열 후보는 진보적으로 보이고 안철수 후보는 보수적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을 보면서 윤석열 후보가 다양한 분야에 공부를 많이 한 듯하고 이재명 후보는 기본적인 정책 능력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잘 보여 주었고 안철수 후보는 국방과 노동에 지식을 보여 주었고 심상정 후보는 여성과 인권에 대한 지식과 불평등 개선 노력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토론이 2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시간이 짧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었다. 후보들의 생각을 모두 파악할 수 없는 토론이었지만 어느 정도의 능력과 성향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당선되면 첫 방문지로 미국이라고 말하는 윤석열, 안철수 후보와 북한이라고 말하는 심상정 후보, 대답을 유보한 이재명 후보를 보면서 안보가 우선인가 경제가 우선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친미적인 후보인가 친중적인 후보인가 하는 단상도 들었다. 국민은 어느 후보가 되어야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살펴볼 기회가 됐을 것이다.

이병익 칼럼니스트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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