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프리다'... 어둠에 당당히 맞선 그에게 바치는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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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프리다'... 어둠에 당당히 맞선 그에게 바치는 찬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2.03.12 02: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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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위대한 여성화가 프리다의 일대기를 '쇼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낸 수작
한국 뮤지컬의 살아있는 전설 최정원, 폭발적인 가창력 뽐내며 최고의 무대 선사
전수미, 프리다를 향한 디에고의 '허밍버드'를 탭댄스로 표현해 신선한 즐거움 줘
임정희·최서현, 압도적인 가창력 뽐내며 프리다 칼로를 향한 아름다운 찬가 노래
당대 최고의 위대한 여성 화가이자 멕시코의 혁명가 프리다 칼로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프리다'가 11일 밤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됐다. (사진=EMK)copyright 데일리중앙
당대 최고의 위대한 여성 화가이자 멕시코의 혁명가 프리다 칼로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프리다'가 11일 밤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됐다. (사진=EMK)ⓒ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일생을 고통 속에 산 주인공은 그럼에도 '인생이여, 만세!'를 외쳤다.

110분이 그렇게 흘렀다.

11일 밤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 뮤지컬 <프리다>는 피카소도 감탄한 당대 최고의 위대한 여성 화가이자 멕시코의 혁명가 프리다 칼로의 굴곡 많은 일대기를 그렸다.

어둠에 당당히 맞선 열정의 예술가 프리다 칼로에게 바치는 세리머니이자 인생 찬가였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는 1907년 멕시코의 코요아칸에서 사진사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볼살이 통통하고 웃음이 많던 아이에게 인생은 그러나 너무도 가혹했다.

6살의 프리다에게 오른발이 더디게 성장하는 척추성 소아마비가 찾아왔다. 아홉 달 동안 병상에 누워 지내며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가 가늘어지고 짧아졌다. 아버지는 딸을 지키기 위해 재활 프로그램을 직접 짜서 축구, 자전거, 스케이트 등 당시 남자 아이들이 즐겨하던 운동을 시켰다.

머리가 좋았던 프리다는 멕시코 최고의 명문 학교인 '에스쿠엘라 국립 예비학교'에 입학했고 의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운명은 얄궂다. 1925년 수업을 마친 어느날 18살의 프리다가 탄 버스를 전동차가 들이받는 최악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프리다는 수많은 뼈들이 부러지고 부서졌다. 오른손만 쓸 수 있게 됐다. 의사들은 수술을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라 했지만 프리다는 놀라운 생명력으로 살아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프리다는 말했다. 사고 후 침대에선 죽음이 춤을 추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던 프리다는 당시 멕시코의 민중화가 디에고 리베라를 찾아가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고 평가를 요청한다. 디에고는 "독특하고 훌륭하고 빼어나다"고 비평하며 한눈에 그의 재능을 알아보았다.

1929년 프리다는 둘째 부인과 이혼한 디에고 리베라와 21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한다. 인간의 평등을 추구했던 프리다는 디에고를 통해 멕시코의 예술가, 공산주의 혁명가들과 교류하며 정신적 영향을 받았다.

디에고와의 사랑은 그러나 고행과 순례의 시간이었다. 자유분방하고 여자 관계가 문란했던 디에고는 급기야 프리다의 여동생과 바람을 피우고... 두 사람은 이혼과 재혼을 거듭한다.

자기 자신보다 디에고를 더 사랑했던 프리다의 사랑은 종교였고 기적이었다.

프리다는 1954년 남편 디에고와 함께 미국의 간섭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했다가 그해 7월 13일 폐렴이 재발해 47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인생이여, 만세! ViVA LA ViDA copyright 데일리중앙
인생이여, 만세! ViVA LA ViDA. (사진=EMK)
ⓒ 데일리중앙

인생이여, 만세! ViVA LA ViDA. 프리다 칼로가 47세의 나이로 생명을 다하기 전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프리다는 피를 흘리는 것 같은 고통을 겪었지만 달콤한 인생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수박 속에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를 새겨 넣었다.

프리다 칼로는 살아생전 143점의 그림을 남겼다. 그 가운데 50여 점이 자화상이다.

1984년 멕시코 정부는 프리다의 작품을 국보로 분류했다.

소아마비와 온몸이 부서지는 교통사고를 겪고 평생 후유증 속에 살면서도 프리다는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삶의 환희를 잃지 않았다.

이날 공연에서는 이러한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110분(오후 7시30분~9시20분)에 걸쳐 쇼 뮤지컬(이야기, 노래, 춤) 형식으로 풀어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더 나이트 쇼'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프리다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있었던 일들과 만났던 인물들을 상징하는 레플레하, 데스티노, 메모리아와 함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의 주인공인 '프리다' 역은 한국 뮤지컬의 살아 있는 전설 배우 최정원씨가 맡아 폭발적인 가창력과 화려한 춤 실력을 뽐내며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더 나이트 쇼' 진행자로 프리다의 연인이자 분신이었던 '디에고 리베라'를 연기하는 '레플레하' 역은 배우 전수미씨가 열연했다. 그는 특히 프리다를 향한 디에고의 '허밍 버드'를 탭댄스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줬다.

프리다를 고통 속에 빠지게 한 사고 이후 그에게 서서히 다가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려 하
는 '데스티노' 역으로는 배우 임정희씨가 무대에 올라 압도적인 가창력을 뽐냈다.

프리다의 어린 시절과 평행우주 속 또 다른 프리다를 연기하는 '메모리아'로는 배우 최서연씨가 발탁됐다. "멋진 인생 따윈 없어도 돼. 화려한 조명도 필요없어." 프리다를 향한 아름다운 찬가를 노래했다.

이 작품의 대본을 맡은 추정화 극작가는 "지난한 인생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에게 세리머니 같은 최고의 쇼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세기 위대한 예술가 프리다 칼로의 격렬한 인생을 쇼(이야기와 노래, 춤) 형식으로 마주한 이날 객석에서는 유난히 박수갈채가 많이 쏟아졌다. 

"나의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프리다 칼로의 일기 마지막 글 중에서)

3월 1일 개막한 뮤지컬 <프리다>는 배우 최정원·김소향·전수미·리사·임정희·정영아·최서연·허혜진·황우림씨와 함께 5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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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성 2022-03-13 12:37:32
일평생을 병마와 싸우면서도 인생의 환희를 잃지 않은
프리다 칼로가 정말 위대해보인다. 정말 대단한 인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