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발레 '춘향'... 토슈즈를 신은 춘향의 사랑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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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발레 '춘향'... 토슈즈를 신은 춘향의 사랑을 보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2.03.20 02:41
  • 수정 2022.03.20 22: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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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과 몽룡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해후의 심경 담아낸 파드되에 박수갈채 쏟아져
두 연인의 다양한 감정 변주와 고난도 테크닉을 더하여 서사적 멜로에 몰입감 높여
19일 밤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우리 고전의 아름다움과 서정, 해학이 깃든 발레 '춘향'이 공연됐다. 125분 공연 동안 20여 차례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copyright 데일리중앙
19일 밤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우리 고전의 아름다움과 서정, 해학이 깃든 발레 '춘향'이 공연됐다. 125분 공연 동안 20여 차례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아름다운 한국의 고전 <춘향>이 발레의 옷을 입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2022년 개막작인 발레 <춘향>은 한국 고전을 서양의 발레에 담아낸 작품으로 고전과 현대, 서양과 동양, 발레와 한복의 만남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19일 밤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이 오른 발레 <춘향>은 우리 고전의 아름다움과 서정, 해학이 잘 깃든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공연이 펼쳐진 125분(쉬는 시간 20분 포함) 동안 객석에서는 20여 차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토슈즈(발가락 끝이 뾰족하게 되어 있는 발레화)를 신은 춘향의 아름다운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작품의 백미는 역시 두 연인의 감정 변주를 슬프고도 아름다운 몸짓 언어로 오롯이 담아낸 춘향(손유희 분)과 몽룡(이현준 분)의 세 가지 유형의 파드되(발레에서 남녀 주인공이 추는 2인무)다.

특히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실제 부부 사이인 이현준-손유희씨의 난이도 높은 파드되는 대사가 없어 지루하기 쉬운 발레 공연에서 몰입도를 높였다. 

1막 '초야 파드되'는 첫날 밤을 보내는 춘향과 몽룡의 두근거리는 설렘과 긴장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1막 후반부에 이어지는 안타까운 헤어짐에 슬퍼하는 두 연인의 심경을 담은 '이별 파드되'는 '초야 파드되'와 대조를 이루며 애절함을 더했다. 

그리고 2막 후반부에 등장하는 '해후 파드되'는 춘향과 몽룡이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비로소 재회의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춤으로 극의 대미를 장식했다. 서로를 그리워하던 마음을 격정적인 춤으로 풀어냈다.

이처럼 두 청춘 남녀의 다양한 감정 변주와 고난도 테크닉을 더한 파드되는 서사적 멜로에 몰입감과 입체감을 높였다. 

또한 발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군무의 참맛도 느낄 수 있었다. 

1막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별 장면에서 등장하는 여성 군무는 장엄하고 화려했다. 2막 몽룡의 장원급제와 어사출두 장면에서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군무로 극강의 카리스마와 남성미를 보여줬다.

여기에 더해 독보적인 개성의 변학도(강민우 분)와 기생들이 벌이는 해학의 향연도 돋보였다.

고전 <춘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단(오타 아리카 분)과 방자(임선우 분), 월매(이다정 분)의 해학과 역할 또한 보는 재미를 더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고전을 서양의 발레에 담아낸 발레 '춘향'이 19일 밤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됐다.copyright 데일리중앙
한국의 아름다운 고전을 서양의 발레에 담아낸 발레 '춘향'이 19일 밤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됐다.
ⓒ 데일리중앙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K-콘텐츠의 저력을 체감하는 요즘 예술인으로서 감회가 새롭다고 얘기한다.

문 단장은 "발레 '춘향'은 팀워크의 산물이다. 고전과 현대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동시에 안무, 음악, 의상, 무대까지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한데 그러한 맥락에서 '춘향'은 좋은 창작진과 무용수들의 각고의 노력과 관객의 사랑으로 탄생한 귀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사용된 서양 음악은 옥의 티였다. 

△풋풋한 봄날 춘향과 몽룡의 첫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 해후 △경봉궁 근정전 뜰 앞에서 치러지는 과거시험 △신관사또 변학도의 부임과 어사출두 장면 등 곳곳에 등장하는 차이콥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과 교향 환상곡 '템페스트'의 시끄러운 음악은 오히려 서사의 흐름과 몰입을 방해했다.

마치 조선시대 춘향과 몽룡이 햄버그를 손에 들고 콜라를 마시며 러시아 말로 사랑을 속삭이는 것 처럼 어색했다.

아름다운 우리 고전 작품에 소음처럼 귓전을 때리는 시끄러운 서양 음악을 꼭 사용해야 했는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춘향>은 20일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 더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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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룡 2022-03-20 03:38:39
춘향전을 춘향전답게 만드시오.
유니버설발레단이 국립발레단과 경쟁하는 모양인데
우리것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요?
서양 것이 좋다는 생각은 버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