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선택한 정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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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선택한 정치의 길
  • 이병익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3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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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칼럼니스트)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copyright 데일리중앙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 데일리중앙

대선후보를 사퇴하고 윤석열 정권 탄생에 일조한 안철수는 국무총리직을 고사하고 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안철수 위원장이 총리직을 고집했다면 윤석열 당선자도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안철수가 당으로 복귀하겠다고 한 것은 미래를 향한 포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의 당은 국민의힘과 합당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고 만일에 안철수 위원장이 총리에 내정되고 당에 복귀하지 않는 상태라면 합당 논의에서 국민의 당이 구심점을 잃고 불리한 합당을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안철수 위원장은 SNS에 유명한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인용하며 자신은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그 길을 혼자 가겠다는 오기는 부리지 않기를 바란다. 안철수에게는 오랫동안 그를 따랐던 국민의 당 당원들이 있었고 대선 때 그를 후보로 만들기 위해서 열성을 다하여 발로 뛰거나 머리를 빌려준 지지자들이 있다. 정치는 세력이 있어야 하고 혼자 정치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당선자도 홀로 나섰지만 당원들과 주변인들이 도와줬고 그 힘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안철수 위원장이 합당된 당에 들어오면 세력이 없음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 내의 현실로 보면 안철수 위원장에 호의적인 인사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지지세를 넓히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자신을 따르던 국민의 당 출신 당원들에 더 많은 애착을 갖고 대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적 의리를 지키라는 말이다. 펑범한 일상에서도 의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함께 어울릴 수 없다. 정치는 더불어 하는 행위이고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안철수 위원장을 대신할 핵심도 없는 것 같고 정확하게 대변할 사람도 없는 것 같고 만기친람하는 것 같아서 불안해 보이는 점도 안철수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안철수 위원장은 정치적 지도자의 자질이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부정과 부조리의 관행에 찌든 정치인에 비하면 참신하고 매력적인 정치인이다. 진심으로 정치개혁을 수행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힘들고 어려운 동화과정이 있을 것인데 자신의 주장과 고집보다는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포수의 심정으로 매사 조심하고 경계하고 이해하고 인내해야 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소수파로 민자당을 장악해가는 과정을 잘 연구해야 할 것이다. 김영삼은 핵심 측근들을 믿고 그들을 앞서서 끌고 나갔던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있었다.

안철수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은 분명히 높아질 것으로 보지만 위상에 걸맞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안철수의 리더십이 특별히 발휘되어 빛나 보인 적이 없었으니 인수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잘해 나가기를 바란다. 과거의 서툴고 정치적 판단이 미숙했던 안철수에서 원숙하고 노련한 정치인이 된 것은 틀림없다. 이번 대선에서 우파진영에서는 결정적 순간에서 대한민국을 구했다는 칭송도 들었다. 이제 안철수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팬심도 생겨나고 지지세가 확장될 순간이 왔다. 그러나 홀로 마이웨이를 외치며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는 실패의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오랜 정치적 동지와 새로운 지지자들과 소통하며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병익 칼럼니스트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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