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회의장께서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본회의를 열어 법안 처리하셔야"
권성동, 국회의장 중재안을 '정치야합'으로 규정, 민주당에 거듭 재협상 촉구
"국민을 설득못한 합의안은 정당성얻을 수 없어"... 민주당과 국회의장 압박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중재안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중재안 합의 파기를 묵과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이 중재안 처리에 동참하지 않으면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여야가 합의했다 할지라도 국민 동의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합의안은 정당성을 얻을 수가 없다"며 재협상 카드로 맞서고 있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22일 중재안을 여야 원내지도부에 제안했다. 중재안을 넘겨 받은 여야는 당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8개 항으로 돼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재안 합의 파기를 거론하며 국민의힘을 '당선인 국회 출장소'라 부르며 성토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가 윤석열 당선인의 뜻에 따라 무효가 된다면 이는 중대한 헌법 가치 훼손"이라며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싸잡아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 측은 뒤로는 국회 합의 파기를 종용하며 정치권에 '헌법가치 수호를 고민하라'고 주문했다"며 "스스로는 삼권분립의 헌법 가치를 훼손하면서 이렇게 말하다니 대통령 당선인은 헌법 위에 있다는 말이냐"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을 향해 "임기 시작도 전에 제왕적 권력이 되어가는 모습에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입법부의 최종적 결정을 당선인 의중만으로 파기한다면 국회를 거수기삼은 수십 년 전의 독재 정치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합의안 파기 시도를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박병석 국회의장에게도 좌고우면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국회가 국민 앞에 약속한 합의안을 준수하기 위해 전날 밤 늦게까지 국회 법사위 소
위를 열고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조문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26일) 중으로 법사위 심사를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제 국회의장께서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셔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중재안을 '정치야합'으로 규정하고 재협상 카드로 맞서고 있다. 합의 파기와 관련해선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것은 결코 불복이나 포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공식회의에서 "여야가 정치 야합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민주당의 재협상 동참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심을 무겁게 받들어야 하고 국회가 국민을 이기려 해서도 안 된다"며 "민주당이 재협상에 응하도록 설득하고 또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애초 민주당은 검찰의 직접수사권뿐만 아니라 보완수사권까지 완전히 박탈하는 안을 제시했다는 것이 국민의힘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내고 여여가 협상에 나선 것이라고.
권 원내대표는 "협상 당시 저는 부패·경제·선거·공직자 범죄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4개 범죄 수사권을 함께 검찰에 남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으나 국회의장은 중재안을 받지 않으면 민주당 원안대로 상정하겠다고 압박했다"며 최악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중재안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정치 야합, 셀프 방탄법이라는 국민 지탄을 면할 길이 없다"며 "민심에 반하는 중재안을 지체없이 수정해 공직자·선거범죄를 포함한 4대 범죄 수사권을 검찰에 남기자는 재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심을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강성 지지층의 박수를 받을지 모르지만 민주당은 두고두고 입법 독재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에 '검수완박' 재협상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끝까지 합의안(국회의장 중재안) 처리에 동참하지 않으면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임대차 3법 처리 때처럼 4월 국회에서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제안한 검수완박법 관련 중재안 전문이다.
1.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합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합니다.
2.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책무) ①항 1호 가목 중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를 삭제합니다.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합니다.
3.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 6개의 특수부를 3개로 감축합니다.
남겨질 3개의 특수부 검사수도 일정수준으로 제한합니다.
4. 송치사건에 대하여는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는 금지한다(별건, 보완 수사 금지).
검찰의 시정조치 요구사건(형소법 197조의 3(시정조치요구등))과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형소법 245조의7(고소인등의 이의신청)) 등에 대해서도 당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속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5.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합니다.
이 특위는 가칭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 등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해 밀도 있게 논의합니다.
중수청은 특위 구성 후 6개월 내 입법 조치를 완성하고 입법 조치 후 1년 이내에 발족 시킵니다.
중수청(한국형 FBI)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합니다.
중수청 신설에 따른 다른 수사기관의 권한 조정도 함께 논의합니다.
사법개혁 특위의 구성은 13인으로 하며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습니다.
위원 구성은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합니다.
사개특위는 모든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한 공정성, 중립성과 사법적 통제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합니다.
6. 공수처 공무원이 범한 범죄는 검찰의 직무에 포함한다(검찰청법 제4조).
7. 검찰개혁법안은 이번 임시국회 4월 중에 처리합니다.
8. 이와 관련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후 시행합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