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파일에 봉제산에 올라
상태바
사월 초파일에 봉제산에 올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2.05.08 19:2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수유가 진 산기슭에는 이팝나무의 하얀 꽃잎들이 흐드러지게 휘날리고
물가에는 빨강, 노랑, 분홍... 온갖 꽃들이 저마다 색채를 뽐내며 피어났고
싱싱한 초록색 이파리에 호사스런 꽃장막이 포근한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산모퉁이를 돌자 이리 구불 저리 구불... 꽃이야, 나비야 사람들로 넘쳐났다
서울 봉제산 산기슭에는 산수유가 진 자리에 이팝나무가 하얀 꽃잎을 흐드러지게 휘날리고 있었고 물가 정원 꽃밭에는 빨강, 노랑, 분홍, 자주... 이름모를 온갖 꽃들이 저마다 천연색 색채를 뽐내며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copyright 데일리중앙 석희열
서울 봉제산 산기슭에는 산수유가 진 자리에 이팝나무가 하얀 꽃잎을 흐드러지게 휘날리고 있었고 물가 정원 꽃밭에는 빨강, 노랑, 분홍, 자주... 이름모를 온갖 꽃들이 저마다 천연색 색채를 뽐내며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다시 봉제산(해발고도 117미터)에 올랐다. 능선을 따라 네댓 시간을 산책하듯 걷고 또 걸었다.

산수유가 진 산기슭에는 이팝나무가 하얀 꽃잎을 흐드러지게 휘날리고 있었고 물가 정원 꽃밭에는 애기똥풀과 삼색제비꽃(팬지)이 키재기를 하고 있었다. 빨강, 노랑, 분홍, 자주... 이름모를 꽃들이 또 저마다 총천연색 색채를 뽐내며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산은 푸르고 돌은 흰데
사이 사이엔 꽃이 반겨 웃는구나
화공에게 저 경치를 본따서 그리라 한다면
숲 속의 저 새소리는 또 어찌할꼬."
- 방랑 시인 김삿갓의 시 중에서

계단을 오르다 저희들끼리 무리지어 피어 있는 덜꿩나무와 마주쳤다. 길 위에서 만나는 뜻밖의 즐거움이었다.

싱싱한 초록색 이파리에 하얀색 호사스런 꽃장막이 포근한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덜꿩나무는 인동과의 키작은 나무로 봄철의 하얀색 꽃과 가을철의 붉은 열매가 아름다운 낙엽 활엽 관목이라 나와 있다.

"꽃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그에게 있는 아름다운 침묵"이라고 했던가. 꽃이 우리처럼 말을 한다면 이처럼 우아한 매력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게다.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가니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산허리 길이 끝이 없다.

산등성이에는 꽃이야, 나비야 그리고 휴일을 맞아 산을 찾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산 정상인 봉수대에서 잠시 땀을 식힌 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둘레길을 따라 산마루에 이르러 북카페가 나왔다. 서고에는 수십 권의 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누군가 오며가며 책을 읽은 온기가 느껴졌다.

언젠가 이 고갯 마루에서 난 원은희의 시 '그대를 두고 온 서해'를 읽은 적이 있다.

사월 초파일 서울 강서구 봉제산에 올라 산모퉁이를 돌아가니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둘레길이 끝이 없다. 이날 봉제산에는 꽃이야, 나비야 그리고 모처럼 휴일을 맞아 사람들로 넘쳐났다.copyright 데일리중앙 석희열
사월 초파일 서울 강서구 봉제산에 올라 산모퉁이를 돌아가니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둘레길이 끝이 없다. 이날 봉제산에는 꽃이야, 나비야 그리고 모처럼 휴일을 맞아 사람들로 넘쳐났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나무로 만든 층층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건강수명이 연장됐다는 글씨판이 눈에 들어왔다.

물결처럼 출렁이는 푸른 숲을 양쪽에 끼고 정상에 올라서니 상큼한 봄빛이 처녀 치맛자락처럼 펄럭이며 날아들었다.

다들 이 맛 때문에 산에 오르겠지-.

오던 길로 돌아 산마루공원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나를 반겼다.

눈을 들어 푸른 하늘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어디론가 떠다니고...

목련이 지면 봄은 다 간 거라 했는데 찬란한 봄은 짧고 곧 찾아올 여름은 강렬하고도 길겠지-.

'둥 둥 두웅~'. 멀리 사찰에서 저녁 예불 북소리가 봉제산에 울려 퍼졌다.

7시17분. 봉수대를 지나 다시 철쭉동산에 이르자 서산에는 해가 지고 있었고 땅은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놀던 아이들도 강아지를 데리고 둘레길을 걷던 사람들도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떠올라 광휘로운 햇빛으로 온누리를 비춰주겠지-.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묶음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효영 2022-05-09 15:29:58
아름다운 봉제산 근린공원. 둘레길 정말 멋져요.
아름다운 봉제산이 우리 동네에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