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기억의 사진첩 속에서도 그리운 풍경은 늘 색깔로 먼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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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몇 해 전 고향집에서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름다운 것들은 늘 색깔로 먼저 다가온다.
빛바랜 기억의 사진첩 속에서도 그리운 풍경은 언제나 풀과 나무와 꽃들의 선연한 빛깔로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 속에 봉숭아가 있다.
어린 날의 여름해는 길고도 길었다.
그런 한낮-아이들은 봉숭아를 찧어 손톱 위에 고운 꽃물을 들이곤 했다.
할머니가 그랬고 어머니 또한 그랬듯이 아이들의 생애에서는 그것이 늘 신비한 체험이었다.
그때 누나는 우리집 담벼락에 꽃그늘이 지면 늘 봉숭아 꽃물을 내 손톱 위에 들여주곤 했다.
그때만 해도 고향 마을에는 골목마다 아이들로 넘쳐났다.
이윽고 해가 지기 시작하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놀던 아이들도 소를 먹이던 아이들도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지-.
그랬던 세월은 가고 40년이 훌쩍 흘렀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기억이 아득한 꿈만 같다. 걷잡을 수 없는 무심한 세월이 저혼자 저렇게 내달렸구나.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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