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노숙인들의 대부, 김흥룡 목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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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노숙인들의 대부, 김흥룡 목사 별세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2.08.2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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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부근 쪽방촌에 목욕탕 겸 쉼터 '나사로의 집'을 만들어 30여 년간 봉사한 김흥룡 목사가 지난 26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1939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학교를 졸업한 후 시작한 탄광 광부 일이 너무 힘들어 군 제대 후 무작정 상경했다가 서울역에서 1년 정도 노숙하며 구걸한 경험이 있다. 이때 목욕을 하지 못해 비참했던 경험이 후일 나사로의 집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찹쌀떡 장사, 이발소 조수, 고교 급사, 방범대원, 의료 공장 노동자를 거쳐 1975년 일용직 사환으로 한국은행에 들어갔고, 2년 후 정규직 도서관 사서가 됐다. 걸인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잠바 벗어주기 운동'과 '지하철 내 서적 제공 운동'을 벌였고 이 일로 대통령 표창과 서울시민대상 등을 받았다.

1978년 1차 수술로 오른쪽 콩팥을 제거했고, 1985년 2차 수술로 왼쪽 신장의 3분의 2를 도려낸 뒤 "살려주시면 남은 삶은 헐벗은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죽음의 위기를 넘긴 뒤 신학 공부를 시작해 1993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1995년 퇴직 후 1997년 5월 은행 퇴직금 3000만원을 털어 서울역 부근 쪽방촌에 50평짜리 목욕탕 겸 쉼터인 나사로의 집을 설립했다. 옥상에 비닐하우스로 교회도 만들었다. 걸인들을 먹이고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목욕을 시켜주고 이발도 해줬다. 주변에서 헌 옷을 모아 나눠주기도 했다. 언론에선 그를 '쪽방촌 대부'라고 불렀다.

예술인연합선교회, 양지교회 등에서 담임목사로 일했다. 2006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2010년 위암 판정을 받은 뒤 두 번의 수술 끝에 위를 모두 들어냈다. 아들 김범석 목사에 따르면 고인은 2019년까지도 나사로의 집 봉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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