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싸도 최근 인기 급 상승 중인 증류식 소주
상태바
더 비싸도 최근 인기 급 상승 중인 증류식 소주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2.09.14 0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이슬이나 처음처럼과 같이 녹색 병에 든 희석식 소주는 '주정'을 물로 희석해 만든다. 여기에 소주회사마다 다른 종류의 감미료를 첨가해 '소주 맛'을 낸다.

주류 관계자에 따르면 '주정'은 최근 들어 베트남산 타피오카를 증류하거나 브라질산 사탕수수로 만든 조주정으로 만든다. 이들 가격이 국산 쌀보다 월등히 싸기 때문이다. 증류식 소주가 원재료의 풍미를 살리는 데 집중하는 반면 희석식 소주는 값싼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불순물 제거에 몰두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희석식 소주의 원료인 주정은 95% 알코올로 만드는 과정에서 원재료의 향이나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원료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그때그때 가장 싼 원료를 수입·증류해 주정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공개했다. 희석식 주류업체도 국산 쌀을 사용하기는 한다. 정부는 쌀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3~4년이 지난 묵은 쌀이나 물에 잠긴 쌀 등 식용으로 부적합한 쌀을 희석식 소주 주정 제조업체에 판매한다.

정부가 주정용으로 공급하는 쌀 가격은 백미 기준 ㎏당 404원이다. 반면 박재범 소주는 원주 농협에서 신곡(햅쌀)을 구매한다. 정부의 신곡 공급가는 ㎏당 2594원으로 주정용 쌀에 비해 6배 이상 비싸다. 박재범 소주 원가 자체가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희석식 소주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하지만 소주 생산업체에는 족쇄다. 물가가 올라도 서민 술인 '소주' 가격을 쉽게 인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높인다.

정부도 희석식 소주업계의 '독과점' 구조를 용인하면서 사실상 소주가격을 통제하고 세금을 관리한다.

국내 주정 생산업체는 모두 9곳으로 생산한 주정을 모두 '대한주정판매'에 공급한다. 대한주정판매는 독점으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소주 제조업체 10곳에 주정을 제공한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소주를 제조하는 롯데칠성음료는 주정업체도 보유하고 있지만 대한주정판매에 '통행세'를 내고 주정을 받아오는 이상한 구조"라면서 "1960년대 식량 부족으로 곡물을 '통제'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독과점 체제가 쌀 풍년을 걱정하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게 한국 소주산업의 현주소"라고 평가했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