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 UN 조달시장 진출 1%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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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업, UN 조달시장 진출 1%에 불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2.09.3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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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상위권 기술력을 자랑하는 IT 통신장비분야 진출실적 '꼴찌'
ODA 규모 우리나라와 유사한 벨기에 기업은 우리의 3배 이상 진출
김상희 의원 "외교부, 현장방문 등 구체적 지원방안 모색해야" 주문
대한민국 기업의 UN 조달시장 진출 규모가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상위권 기술력을 자랑하는 IT 통신장비 분야 진출 실적은 '꼴찌' 수준이다.copyright 데일리중앙
대한민국 기업의 UN 조달시장 진출 규모가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상위권 기술력을 자랑하는 IT 통신장비 분야 진출 실적은 '꼴찌' 수준이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불평등 해소, 인권 향상을 위해 각국 정부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며 유엔(UN) 조달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외교부는 국내 기업의 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하지만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왔다.

UN 조달시장은 UN본부 및 유니세프,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등 40여 개의 산하기구, 30여 개의 평화유지군(PKO)이 ODA에 필요한 자동차나 통신기기, 의약품, 쌀, 밀가루 등을 구매하는 시장이다. 

세계적인 ODA 확대 추세와 한 번 계약하면 최대 5년 6개월까지 안정적으로 납품 가능한 시장 구조 때문에 다양한 국내 기업들이 조달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LG화학과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한국 타이어, 녹십자 등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이미 진출에 성공했으며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21년 국제 ODA의 규모는 1789억달러, 한화 약 252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ODA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UN 조달시장의 규모 역시 지난 5년 간 186억달러에서 295억달러(41조9000억원)로 1.5배 이상 확대됐다. 

문제는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 규모가 너무나도 적다는 점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30일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UN 조달시장 점유율은 1%로 3억2000만달러(45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백신 등 의약품 조달이 1억4000만달러(2000억원)로 43%, 수송 및 송달 서비스가 1400만달러(200억원)로 4%, IT 및 통신장비가 4만달러(6000만원)로 0.01% 수준이다.

반면 ODA 규모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벨기에는 2021년 조달시장에 9억9000만달러(1조5000억원)를 수출했다. 백신 등 의약품 수출로 3억달러(4200억원), 수송 및 송달 서비스로 2000만달러(300억원), IT 및 통신장비로 100만달러(16억원) 등 총합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우수한 품질이 증명된 우리나라의 의약품 분야 수출 실적은 벨기에의 절반 수준이며 세계 최상위권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IT 통신장비 분야는 단 4%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IT 및 통신장비 분야 진출 실적은 꼴찌이며 1위 국가인 미국에 비해 0.02%에 불과하다. 5G를 넘어 이제는 6G를 선도하는 명실상부 IT 대국인 우리나라가 조달시장에서는 영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까다로운 입찰 조건 등 국내 기업들이 조달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국제기구와의 접점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외교부에서 진행하는 지원 사업은 1년에 한 번 조달청과 함께 진행하는 조달설명회가 전부다. UN 조달시장 자체가 낯선 국내 기업들에게 고작 설명회 한 번으로 조달시장에 진출하라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생색내기용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상희 민주당 국회의원은 30일 국내 기업의 UN 조달시장 진출 부족과 관련해 외교부가 현장방문 등 구체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김상희 민주당 국회의원은 30일 국내 기업의 UN 조달시장 진출 부족과 관련해 외교부가 현장방문 등 구체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데일리중앙

2021년 7월 대외경제장관 회의에서도 국내 기업 진출을 위한 기술 설명회나 ODA 관계자들의 현장 시찰을 기획하는 등 외교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안건으로 제시됐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여전히 이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해 UN에 낸 정규분담금은 7440만달러로 2018년 5240만달러에 비해 42% 높아져 분담율 국가 순위는 13위에서 9위로 상승했다. 그밖에도 WFP, 유니세프 등 UN 기구들을 통해 기여하는 금액도 상당하다.

김상희 의원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ODA와 조달시장은 성공 가능성이 충분한 미개척지"라며 "한국의 경제규모와 기술경쟁력을 감안할 때 현재의 국제조달 시장 점유율은 우리의 잠재력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가 방관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가진 외교부가 ODA 관계자들의 기술 설명회나 현장 시찰 등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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