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채용형 인턴에게 일은 시키지만 경력은 인정 안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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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채용형 인턴에게 일은 시키지만 경력은 인정 안 해준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2.10.11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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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 채용형 인턴으로 근무했음에도 졸업예정자라는 이유로 경력 인정 안해
윤관석 위원장 "공공기관이 앞장서 부당한 제도와 차별적 처우를 바로잡아야"
한전 "다각적으로 제도개선 검토하고 있다"... 인턴기간을 근무기간으로 인정?
윤관석 국회 산자중기위원장(왼쪽)은 11일 한전이 채용형 인턴에게 일은 시키지만 경력은 인정 안 해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공공기관이 앞장서 부당한 제도와 차별적 처우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도개선을 주문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윤관석 국회 산자중기위원장(왼쪽)은 11일 한전이 채용형 인턴에게 일은 시키지만 경력은 인정 안 해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공공기관이 앞장서 부당한 제도와 차별적 처우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채용형 인턴에게 일은 시키지만 경력은 인정 안 해주는 차별적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

윤관석 국회 산자중기위원장(민주당)은 11일 "한국전력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전이 채용한 졸업예정자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등 차별적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제도개선 뜻을 밝혔다.

한전의 '2021년도 고졸 채용형 인턴 모집요강'을 살펴보면 2022년 2월 고교 졸업예정자의 지원이 가능하며 전기(재학) 전형으로 입사한 인원은 12월 말부터 12개월 간의 인턴 근무를 마친 뒤 자격취득자(산업기사) 전원이 2023년 6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자료=한국전력공사, 제공=윤관석 의원실)copyright 데일리중앙
(자료=한국전력공사, 제공=윤관석 의원실)
ⓒ 데일리중앙

윤 위원장은 "한전은 '연봉 및 복리후생관리규정 시행세칙'의 경력환산 기준표의 '당사의 전직경력'인정 조항에 따라 1년 간의 채용형 인턴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야 하지만 공사가 인정한 최종학교 졸업 이전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입사한 경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또한 이 시행세칙에서 △학력과 경력이 중복될 경우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3번 조항과 4번째 조항 △(경력 가산 관련) 연 미만의 단수는 절사한다는 2번 조항으로 인해 채용형 인턴 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항들로 인해 2월 졸업예정자로 채용형 인턴 합격한 노동자는 1년 간의 인턴 기간 중 학력과 경력이 중복되는 2개월 간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연 미만의 단수는 절사한다는 조항에 따라 남은 10개월간의 인턴 기간조차 인정받지 못해 1년의 인턴기간 전부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비단 고졸 채용형 인턴 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의 '2022년도 상반기 대졸 수준 신입사원 공개채용 모집요강'에 따르면 고등학교·전문대학·4년제대학의 재학생과 휴학생도 지원 가능하고 졸업예정자의 경우 채용형 인턴 기간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이들의 인턴 기간 또한 앞서 언급된 시행세칙 3, 4번째 조항으로 인해 인정받지 못하는 걸로 밝혀졌다.

한전의 채용형 인턴에 대한 차별은 이뿐만이 아니다. 내부평가급, 경영평가성과급 지급 대상에서도 채용형 인턴을 제외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채용형 인턴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서는 지난 6월 한국가스공사에 채용형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채용형 인턴에게 고정상여금과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는 최종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윤관석 의원실이 에너지공기업들의 채용형 인턴 성과급 지급 문제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기관들이 가스공사의 판결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검토 중"이라고 답하는 등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걸로 파악됐다.

윤관석 위원장은 "같은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졸업예정자라는 이유로 경력이 무시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며 "이는 누구나 실력으로 경쟁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블라인드 채용의 목적과도 어긋난다'고 질타했다. 

윤 위원장은 "청년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해서는 안 되고 그들의 노동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앞장서 부당한 제도와 차별적 처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쪽은 제고개선 의지를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인턴 기간을 급여에는 호봉을 산정해 반영하고 있다"며 "다만 승진 등 인사고과에는 인턴 기간을 근무기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인턴 기간에는 업무라기보다는 주로 교육 내지 정규직 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채용형 인턴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서는 "한국가스공사 관련 법원의 판례도 살펴보고 다른 기관, 정부 등과 얘기도 나누면서 다각적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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