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한 개 받은 것 없다"... 자신의 결백 거듭 주장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왜곡되고 정치탄압과 보복수사 칼춤소리만 요란"
주호영 "특검은 수사가 제대로 안 되거나 수사를 믿을 수 없을 때 하는 것"
수사가 안 될 땐 피하다가 정권 바뀌어 제대로 수사가 시작되자 특검하자?
"불법대선자금의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정쟁으로 시간 끌기에 나선 것"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하면서 여야의 대치가 가팔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21일 '대장동 특검'을 전격 제안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물타기' '물귀신 작전' '논점 흐리기'라고 받아치며 이재명 대표에게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라고 촉구했다.
사실 '대장동 특검'은 이 사건이 본격화됐던 지난해 9월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에서 처음 제안했지만 집권여당이던 민주당이 안 받겠다며 사실상 걷어찼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경기도지사) 역시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 건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라며 국민의힘의 특검 제안을 깔아뭉갰다.
그런데 정권 교체와 함께 여야의 공수관계가 바뀌고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이번에는 민주당 쪽에서 특검 카드를 먼저 꺼내 든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정치는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하고 정쟁에 몰두하면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대장동 사건'"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것이 벌써 1년을 훌쩍 넘기고 파도 파도 나오는 것이 없다보니까 이제는 조작까지 감행하는 모양"이라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왜곡되고 야당을 향한 정치탄압과 보복수사의 칼춤소리만 요란하다"고 윤석열 검찰을 비난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결백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 관련해 단 한 푼의 이익도 취한 바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온갖 방해에도 민간이 독차지할 뻔했던 택지개발 이익의 약 3분의 2인 5500억원 이상을 공공으로 환수했다"고 밝혔다.
"사실 사전 확정된 약정에 의하면 추가 부담(1100억원)할 이유가 없는데 제가 인허가권을 활용해서 추가 부담을 시켰기 때문에 김만배 등 이 분들이 저를 온갖 욕을 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육성으로 한 말도 있습니다. '공산당 같은 XX' 등등 저를 원망하고 욕했습니다.
이랬던 사람들이 이 사업이 다 끝난 다음에 이제 다 성남시로부터 무슨 도움 받을 일도 없는데 원망하던 저를 위해서 돈을 주었다, 대선자금을 주었다, 이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겠습니까?"
이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검사들이 바뀌니까 관련자들 말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진실을 찾아서 그 진실에 따라서 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죄를 주기 위해서, 만들기 위해서 진실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있다. 아무리 털어도 먼지조차 안 나오니까 있지도 않은 '불법대선자금'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불법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한 개 받은 것이 없다고 거듭 결백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여당에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고 즉시 수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언제까지 인디안 기우제식 수사에 국가역량을 낭비할 수는 없다"며 "뿌리부터 줄기 하나하나까지 사건 전모의 확인은 특검에 맡기고 정치권은 지금 이 어려운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고 총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특검은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을 총망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과 화천대유에 대한 실체규명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비리세력의 종잣돈을 지켜주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문제점과 의혹, 그리고 그에 관련된 허위사실 공표 의혹에 대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쟁용 시간끌기 꼼수' '사법리스크 수사 물타기용' '민주당 셀프 특검'이라며 받아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바로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대표의 특검 제안에 대해 "의도적인 시간 끌기" "물타기 수사 지연"이라고 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단군 이래 최대 부패 사건이라는 대장동 사건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공개돼서 수사가 시작된 사건"이라며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됐는데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문재인 정권의 친정권 검사들은 의도적으로 수사를 뭉개고 꼬리를 자르고 변죽만 울려왔다"고 했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지난해 무려 40여 차례 걸쳐서 대장동 특검을 제안했고 특검 통과를 위한 여야 협상을 촉구했으며 심지어 원내대표 공개토론까지 요구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하지만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았고 특검 임명을 자신들이 하고 법안도 자신들이 낸 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겠다는 속이 뻔히 보이는 주장만 되풀이해왔다"며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민생법안이라고 이름해 밀어붙인 법안들을 볼 때 의지가 있었다면 특검법 통과는 100번이라도 더 되고 남았을 것"이라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더욱이 특검은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수사를 믿을 수 없을 때 도입해서 하는 것인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특검을 피하다가 이제 정권이 바뀌어서 수사를 제대로 하기 시작하니까 특검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것은 의도적인 시간 끌기, 물타기 수사 지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가 긴급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진 것을 두고 '물귀신 작전'이라 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지난 대선 TV 토론회에서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며 "오늘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진 것은 자신이 최대 치적이라고 했던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빼놓고 물타기, 물귀신 작전, 논점 흐리기에 다름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당을 동원하고 국회를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아마 이런 리스크를 본인이 스스로 예상을 했기 때문에 지역구를 굳이 옮겨서 불체포특권이 보장되는 의원을 하려고 했고 또 당 대표가 되어서 당을 방탄으로 세우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확신만 국민들에게 더 심어줄 뿐"이라고 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의 특검 제안에 대해 "이 대표가 분신이라고 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되자 '불법 대선자금'의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정쟁으로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라 지적했다. 특검 수사 범위 지정, 특검 임명 등을 놓고 민주당의 거대의석을 무기로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고 시간만 끌어 정쟁하자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양 수석대변인은 "흙탕물로 만들어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심사다. 아무리 흙탕물을 만든들 '불법 대선자금의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은 수사기관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윤석열 검찰' 운운하며 난장판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대장동을 설계하고 인허가하고 이제는 대장동의 수사 주체까지 결정하겠다는 이재명 대표는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검은 검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잘못되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는 먼저 민주당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나서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 실체적 진실 규명이 미진하다면 그때 특검을 주장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여당은 무엇이 두려운 것이냐"며 "떳떳하다면 화천대유, 대장동 특검 받으라"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야당탄압 수사는 윤석열 정권의 비겁한 민낯"이라며 "보여주기식 정치쇼 수사에 정권의 명운을 건 것이 아니라면 치졸한 정치 보복은 이제 그만 두고 민생을 돌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정치권의 한랭전선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