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과 입장이 다르더라도 해야할 일은 해야 한다" 강조
"비서실장 사과 안 한 게 의회가 열리고 안 열리고의 조건 되나"
본예산 2조9963억원 중 78.5%인 2조3544억원 준예산으로 반영
준예산 체제로 시민피해 우려… 시, '선결처분권' 발동 적극 검토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고양특례시가 2023년 본예산 불성립으로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았다. 시정과 민생에 심각한 차질과 피해가 예상된다.
고양시는 지난 11월 21일 고양시의회에 2조9963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지출 기준)을 제출했으나 계속된 의회 파행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준예산 사태를 맞게 됐다.
시의회는 지난 22일 올해 마지막 회기인 제269회 의사일정을 마무리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 21일을 넘기면서 고양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이동환 고양시장은 30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담화문을 발표하고 시의회에 하루빨리 예산안을 처리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 시장은 먼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현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아무리 생각과 입장이 다르더라도 해야할 일은 해야 한다. 시는 시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시의회는 의회로서 시민을 위해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주어진 예산편성권, 시의회는 심의·의결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시장은 "예산 확정이 지연될수록 민생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며 시의회의 협조를 다시 한 번 요청했다.
그러나 시의회 민주당은 고양시장 비서실장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의회 일정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동환 시장은 "비서실장이 사과를 안했다? 사과를 안 한 것이 과연 시의회가 열리고 안 열리고에 대한 조건이 되나"라며 "우리는 감정적인 부분으로 공적인 일을 행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시의회 민주당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의회는 절차가 굉장히 중요하다. 모든 것이 제도적인 틀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 만약에 그 내용이 무너지고 무시되면 의회뿐 아니라 집행부가 왜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도 "시의회와 소통과 상생·협력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시의회 파행 장기화에 따른 준예산 체제에 대비해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준예산은 지방자치법 제146조 및 지방재정법 제46조에 의거해 예산이 법정 기간 안에 성립되지 못한 경우 일정 범위 안에서 전 회계연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예산이다. 신규 사업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며 법령과 조례로 규정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사업부서의 결정에 따라 집행할 수 있다.
준예산에 해당되는 대상은 청사 및 공공기관 유지운영을 위한 인건비, 용역비, 공공요금 등과 시 설치 시설물의 최소 유지관리비, 복지급여·수당 등 법령·조례상 강행규정에 따른 지출경비 등이다.
고양시는 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안 2조9963억원 가운데 78.5%인 2조3544억원이 준예산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준예산 체제로 운영 시 당장 각종 사업 지연 및 중단으로 민생 피해가 우려된다. 제설장비, 도로응급복구, 청소용역 등 겨울철 긴급한 재해복구에 한계가 생길 뿐 아니라 각종 용역사업의 인건비 지급이 불가해 노동자들의 생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각종 계약사업의 시행이 늦어져 관내 중소기업과 소속 노동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연초 경기활성화에 기여하던 예산 조기집행도 어려워졌다. 학교교육 관련 지원도 법령과 조례상 임의규정으로 준예산 대상에서 제외돼 교육 현장에까지 여파가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시는 예산 미편성에 따른 시민 불편 사항을 파악하는 중으로 준예산만으로는 시민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선결처분권' 발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결처분권은 지방자치법 제122조에 의거, 주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사항으로서 지방의회가 의결되지 않은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의회의 의견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 판단에 의해 우선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동환 시장은 시민 피해가 우려되는 긴급한 예산의 경우 선결처분을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준예산 비 대상 사업에 대해 선결처분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는 유례 없는 준예산 사태를 맞아 긴급 간부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며 시정에 혼란이 없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예산이 편성되는 즉시 사업을 정상 추진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도 철저히 할 계획이다.
이 시장은 마지막으로 "현재 최우선 순위는 준예산 체제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해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민들이 바라는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는 30일까지 준예산 편성 계획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1일 시의회에 편성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선결처분권 발동 오늘 처음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