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들, 국조특위 공청회서 "살릴 수 있었다"
상태바
이태원 참사 유족들, 국조특위 공청회서 "살릴 수 있었다"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3.01.13 0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회의장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공청회 현장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흐느낌으로 가득했다.

국조특위는 이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희생자 유족들과 생존자, 상인,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서울시-용산구 경찰·소방청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공청회는 유족들의 진술로 시작됐다. 유족들은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관계자들의 책임 회피를 언급하며 통곡했다.

조미은 진술인은 "정부의 부재로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잃게 한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분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진술인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송병주 용산서 상황실장·이임재 용산서장 등의 참사 당시 대응법과 이후 수습 대처를 언급하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1명도 아닌 159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상황을 몰랐다고 해야 살인죄를 면하는 것이냐"며 "(죄를 피하기 위해) 애매모호하게 발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최선미 진술인 역시 "참사 당일 정부는 유족을 찾지 않았다"며 "언론에 사망자 명단을 감추고 내보내지 않아 유족은 자신의 아이가 주검이 된 사실을 12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최 진술인은 "모든 대처에 미흡한 정부가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은 특수본 설치"라며 "참사 이후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수본을 설치해 증인들이 '수사 중'이라는 명목으로 입을 닫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진술인은 "매일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참사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희 유족은 사회에 시끄러운 존재들이 아니라 한 국민으로서 억울한 목소리를 내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을 향해 "왜 상황 해결은 하지 않고 2차 가해를 앞장서는 것이냐"며 "진상 규명 거부와 책임 회피, 2차 가해 등을 하지 말고 정부다운 행동을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생존자로서 참석한 김초롱 진술인은 "저는 강한 사람이라 심리상담을 자발적으로 받고 있지만 치료와 상담을 열심히 받아도 매번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인터넷이나 악성 댓글이 아닌 장관·총리·국회의원들에게 2차 가해를 입었다"며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지난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이 행정부를 감시해 행정부와 경찰청 조직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 처벌했으면 이런 참사는 없었다"고 질타했다. 여야 의원들을 향해서는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여야 의원이 유족을 보는 방향을 똑같이 해달라"라며 "우리가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 깨닫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