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베토벤'... 거장의 '불멸의 음악과 불멸의 사랑'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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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베토벤'... 거장의 '불멸의 음악과 불멸의 사랑' 그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3.02.05 03: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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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년 비엔나, 상처받은 영혼 베토벤에게 빛으로 다가온 '불멸의 연인' 안토니 브렌타노
불후의 음악으로 세상을 구원했지만 고독했던 루드비히... 그의 '내밀한 삶과 사랑' 165분
카이-옥주현, 애절한 눈빛과 섬세한 감정 표현 돋보여... 빼어난 가창력에 박수갈채 쏟아져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불멸의 음악과 불멸의 사랑'를 그린 뮤지컬 '베토벤'이 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됐다. (사진=EMK)copyright 데일리중앙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불멸의 음악과 불멸의 사랑'를 그린 뮤지컬 '베토벤'이 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됐다. (사진=EMK)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막이 오르자 무대 위 커튼에는 영문으로 베토벤(Beethoven)이 붉은 색으로 쓰여져 있고 그 이름 위로 번쩍거리는 빛과 함께 천둥 번개가 내리치며 오프닝 넘버 '사라져 가'(교향곡 7번 2악장)가 울려 퍼졌다.

4일 밤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대극장)에서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자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의 막이 올랐다.

뮤지컬 '베토벤'은 1827년 3월 26일 베토벤의 장례식이 열리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다소 어둡고 비통한 분위기 속에 막이 오른 것이다. 2만여 명이 모였던 베토벤 장례식 당시 실제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내리치고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작품은 1810~1812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배경으로 위대한 음악가의  '불멸의 음악과 불멸의 사랑'을 그렸다. 굴곡진 삶을 살았던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 베토벤이 그의 영혼을 바라보고 손을 내민 운명의 사랑,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난 뒤의 서사를 중점적으로 담아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베토벤, 죽은 다음날 그의 방에서 발견된 이름과 수신일을 밝히지 않은 '불멸의 연인(Unsterbliche Geliebte)'에게 쓴 편지에 상상력을 더해 제작됐다.

이번 작품의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타 르베이는 "베토벤의 원곡들에 기반하고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대를 관통하는 선율로 온 세상을 구원했지만 단 한 순간의 평범한 행복도 허락되지 않았던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내밀한 삶과 사랑을 거장의 선율 속에 165분(쉬는 시간 20분 포함) 동안 펼쳐냈다. 

베토벤은 어린 시절부터 외모 때문에 조롱당하고 외면받기 일쑤였다. 그는 특히 자신의 음악이 무시를 당했다고 여겨지면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했다.

"창조된 음악들은 인격이 살아 있어/ 내 음악 앞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넘버 '그저 나니까1' 중에서)

181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베토벤은 자신을 무시하고 비웃던 귀족들에게 사과받기 위해 킨스키 군주를 찾아가는데... 거기서 '운명적인 사랑'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게 된다.

둘은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비엔나와 프라하를 오가며 사랑에 빠진다.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 속에 한 번도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베토벤은 토니를 만난 뒤 폭풍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한다. 그러나 토니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이고 네 아이의 엄마, 베토벤이 더이상 다가설 수 없는 상대다.

이날 공연에서 주인공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은 카이, '안토니 브렌타노' 역은 옥주현이 맡아 위대한 거장 베토벤의 '불멸의 음악과 불멸의 사랑'을 그려냈다.

베토벤의 동생 '카스파 반 베토벤'은 이해준, 토니의 남편 '프란츠 브렌타노'는 김성민, 프란츠의 여동생 '베티나 브렌타노'는 전민지, 변호사 '밥티스트 피초크'는 이정수가 각각 그 역할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또 앙상블 배우 20여 명이 그때그때 적재적소에 나타나 무대를 풍성하게 했다.

이번 작품에 사용된 음악이 또한 몰입도를 높였다.

뮤지컬 '베토벤'의 음악은 유럽 뮤지컬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실베스터 르베이가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곡을 기반으로 그의 인생을 아름다운 선율로 담아냈다.

특히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라 평가받는 △교향곡 3번 Op.55(영웅 교향곡) △교향곡 5번 Op.67(운명 교향곡)을 비롯해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월광) 등 수려한 선율의 베토벤 기악곡이 넘버로 사용됐다.  

이 모든 넘버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28인조 THE M.C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카이·옥주현 등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을 통해 표현됐다.

악기를 써서 연주하는 음악인 기악곡을 배우의 연기와 가창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채로웠다. 베토벤의 '비창'과 '엘리제를 위하여' 등의 명곡을 연주가 아닌 배우의 가창으로 듣는 것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4일 밤 뮤지컬 '베토벤'이 공연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공연장에는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초만원이었다. 공연 전후 관람객들이 인증샷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copyright 데일리중앙
4일 밤 뮤지컬 '베토벤'이 공연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공연장에는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초만원이었다. 공연 전후 관람객들이 인증샷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카이는 고독한 루드비히의 삶에 빛으로 다가온 불멸의 연인을 향한 마음을 애절한 눈빛과 실감나는 연기로 담아냈다. 더하여 특유의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옥주현은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사랑을 향한 안토니 브렌타노의 내면의 갈등을 진실되게 표현했다. 빼어난 가창력을 뽐내며 객석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역시 옥주현'이라는 찬사가 터졌다.

완벽한 서사와 음악, 그리고 최강 캐스팅 라인업을 모두 갖춘 뮤지컬 <베토벤>은 2023년 베토벤 신드롬을 만들어갈 압도적 걸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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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금석 2023-02-05 18:59:41
베토벤. 듣고 보니 정말 위대한 음악가로구나.
그런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고 불후의 명작들을
인류의 유산으로 남겼다니 감탄 또 감탄이다.

김사랑 2023-02-05 16:57:05
베토벤이 이렇게 학대받고 외롭게 산 영혼일 줄은 몰랐네요. 저런 상횡속에서 걸작과 명작을 후세에 남긴 베토벤은 정말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