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지금 국민은 성금 낼 기분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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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지금 국민은 성금 낼 기분 아니거든"
  • 이성훈 기자
  • 승인 2008.02.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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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 향해 직격탄... 네티즌들도 "지금은 책임규명할 때" 맞장구

▲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 데일리중앙
보수논객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숭례문(남대문) 복원을 위한 국민성금 제안에 대해 "지금 국민들은 성금 낼 기분이 아니다"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조 전 대표는 12일 오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지금 우리는 성금을 낼 기분이 아니다' 제목의 글을 올려 이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는 "이명박 당선자가 오늘 국민성금 아이디어를 내니 인수위는 이를 즉각 기정사실로 만들어 밀어붙인다"며 "이렇게 시작된 돈 모으기 캠페인을 국민성금으로 부를 순 없다. 자발적 애국심에서 나온 성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성금은 그야말로 국민들이 애국심으로 흔쾌하게 내는 돈이라는 것.

그는 "국가가 예산으로 해야 할 일을 국민성금으로 한 경우가 과거 몇 차례 있었다. 전두환 정권 때 독립기념관과 평화의 댐이 그것"이라며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손으로 짓자'는 발상이 나오고 이를 언론기관이 받아 자발적으로 모금을 시작해야 국민성금이다. 지금 그런 기분인가"라고 이 당선자와 인수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전 대표는 특히 숭례문 참사의 책임 소재를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며 이 당선자를 우회해서 겨냥했다.

그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도로 속의 섬 같았던 남대문 주변을 공원화한 것은 잘한 일이었으나 그에 따른 화재 위험성에 제대로 대비했다고 볼 수 없다"며 "(복원보다는) 목조 문화재 방화 대책을 세우는 게 제일 급하다. 관계 당국의 책임 소재도 가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단의 책임감을 느껴야 할 당사자가 서둘러 국민성금 운운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면서 "국민성금 자체가 전형적인 구시대적 발상이며 세금이 부족하고 예산이 모자랄 때 하던 일"이라고 이 당선자 쪽을 거듭 나무랐다.

조 전 대표는 그러면서 "일종의 국상을 당했으니 겸허한 마음으로 이번 사건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볼 때다. 권력자의 취향에 따라 역사적 건물을 부수고 역사를 조작하고 인물을 폄하하면서 정작 본업인 역사와 문화재 보존에는 성심이 없었던 점을 반성하려면 잿더미가 된 남대문을 남북통일 때까지 지금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우리 마음 속에 채찍 하나를 넣어다니는 기분으로"라며 현 상태 보존을 제안했다.

네티즌들은 조 전 대표의 글에 시원하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일부 네티즌은 복원보다는 관련 책임자를 가려내는 것이 먼저라는 조 전 대표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네티즌 '덕유산'은 "성금이 능사가 아니다. 글핏하면 성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것은 후진국형"이라며 "성금 말을 꺼내기 전에 책임소재부터 철저히 따져 관련자를 처벌한 뒤에 국법에 따라 복구해도 늦지 않다. 국보 1호가 없다고 금방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lyndalim'은 "잃은 것에 대한 애통함도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 세운다, 그것도 십시일반으로? 아무리 냄비정신이라 해도 이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역사의 여명을 위하여 파루를 치던 그곳(숭례문)에 잃은 것의 소중함과 애통함으로 곡을 바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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