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KEI "설악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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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 KEI "설악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3.02.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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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전문기관들, 양양군 제출 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 '미흡' 지적
산양‧식물 등 멸종위기종에 위협 … 보호 대책 위한 조사‧대책 미흡
지형변화지수 0.327로 증가...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 훼손' 증가
양양군, 시설물 안전 확보를 위한 풍속조사 기본도 지키지 않아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 승인을 위한 '7가지 부대조건' 지키지 못해
이은주 의원 "환경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부동의' 결정 내려야"
국책연구기관 한국환경연구원(KEI)가 "설악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최종의견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설악산국립공원, 자료=이은주 의원실)  copyright 데일리중앙
국책연구기관 한국환경연구원(KEI)가 "설악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최종의견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설악산국립공원, 자료=이은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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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환경부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 협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가 "설악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최종의견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 정의당 이은주 의원에 따르면 KEI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 검토의견에서 "사업자측(양양군)이 제시한 보전대책으로는 자연환경의 최우선 보전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저감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며 "자연의 원형이 최우선적으로 유지‧보전돼야 하는 공간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삭도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환경부 산하‧소속기관인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기상청 소속기관인 국립기상과학원 등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자인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대해 "적절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됨"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바람" "설명추가가 필요함"이라고 평가하는 등 재보완 내용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은주 의원이 한국환경연구원(KEI),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기상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에서 제출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 검토의견'을 살펴본 결과다. 

해당 재보완서 내용으로는 산양 등 멸종위기종 및 식물을 보호하거나 강풍에 의한 시설물 안전을 담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재보완서는 2021년 4월 환경부(원주지방환경청)가 양양군에 재보완을 요구한 뒤 양양군이 지난해 12월28일 제출한 것이다. 

양양군은 앞서 지난해 6월 원주지방환경청과 양양군, 강원도 간 작성한 '설악산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 이행방안'(확약서)을 토대로 재보완서를 작성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5개 전문기관에 재보완서에 대한 검토의견을 맡겼고 이를 종합해 3월 초 협의의견을 내야 한다. 

KEI "삭도 설치시 멸종위기종 산양 보호 불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쟁점 중 하나는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 마련이다. 그간 양양군은 "산양 서식지이긴 하지만 교란 영향은 적을 것" "삭도 설치시 산양이 주변 지역으로 회피가 가능할 것" 등의 주장을 해왔다.

양양군은 재보완서에서 "멸종위기종의 추가 현지 조사 결과 상부정류장 구역과 북측능선부에서 담비·삵의 다수 서식흔과 상부정류장에서 산양의 집중적 서식흔이 확인됐다"면서도 "사업노선은 법정보호종의 번식 및 상시 서식하는 주요 서식처보다는 이동로와 먹이섭식처로 이용되는 지역"이라고 주장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EI는 검토의견에서 "종분포모델링(MaxEnt) 모의 결과 서식 적합도가 0.8 이상인 것으로 확인돼 삭도 설치 때 산양의 서식·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산양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공간에 시설물이 설치될 경우 산양 서식 및 번식에 큰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적합도 0.8 이상은 서식 적합도 최고등급으로 공동 조사를 통해 산양 어린 개체까지 발견된 지역으로서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할 지역을 뜻한다.

국립환경과학원도 검토의견에서 "사업노선이 이동로와 먹이섭식처인 경우에도 행동권 내에서의 섭식처 간 이동로 단절은 서식 환경의 큰 변화"라고 지적하고 "법정보호종을 포함한 대부분의 육상포유류 역시 같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또 "공사 시 소음에 의한 서식 환경 영향은 명확할 것이고 운영 시 상부정류장은 자연 상태의 산림생태계 내부에서의 밀도 높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간섭이 유발될 것"이라며 상부정류장의 구역설정은 산양 서식지 핵심구역을 포함하지 않는 범위로 계획할 것을 권고했다. 

산양뿐만 아니라 법정보호종 보호 방안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생태원은 검토의견을 통해 "영향이 예상되는 법정보호종(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과 관련해 저감방안이 대체로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역시 "인위적인 간섭으로 산양, 담비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수식생 보호 방침도 '미흡'

사업 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에 해당하는 양호한 식생이 77.28%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지만 재보완서에는 법정 보호식물을 포함한 주요 보호식물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KEI에 따르면 재보완서에는 식생조사 항목과 이식 대상이 누락됐다. 해당 지역은 4월 말~6월 중순 시기에 개화하는 식물이 많은데 보완서 작성을 위한 추가 조사가 8월 하순~10월 중순에 수행되면서 춘계 개화식물들에 대한 조사 누락과 이식 대상이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재보완서는 춘계식물과 희귀식물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양양군에 사업 구간 전체가 아닌 주요시설(정류장, 지주 등)에서만 식물조사를 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4계절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양양군이 제시한 희귀식물 이식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KEI는 "석 비율이 높은 대상지의 지형 특성을 감안했을 때 포트 또는 뗏장을 뜨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저지대에서 시행하는 방법으로 식생을 함부로 제거할 경우 토지피복이 늦어짐에 따라 토양유실이 진행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훼손지의 희귀식물은 전략 이식을 계획했으나 훼손되는 수목(1721주)에 대한 처리·활용계획은 부재하다"면서 "훼손수목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활용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상부 정류장 위치 조정으로 백두대간 핵심구역 훼손 증가

양양군이 산양 및 아고산지대 보호 방안의 하나로 재보완서에 제시한 '상부 정류장 위치 조정'(기존 해발 1480m→1430m) 변경으로 인해 백두대간 핵심구역 훼손이 더 커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KEI는 "변경된 상부 정류장 대상지의 지형 조건상 경사로 35° 이상 급경사 절험지가 보완 대비 약 13% 이상 증가해 토공량이 약 8300㎥ 증가하고 산책로 연장이 156m 증가하는 등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 훼손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변화지수 0.327로 보완 시(0.172)에 비해 90% 이상 증가"라고 밝혔다.

실제 환경부 '두대간·정맥에 대한 환경평가 가이드라인(백두대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백두대간 핵심구역 지형변화지수는 0.1 이하여야 한다. 지형변화지수 0.327이면 가이드라인 한도를 3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KEI는 "이번 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는 환경영향평가서(보완) 대비 지형 훼손이 오히려 증가한 계획으로써 급경사 산지부 공사에 따른 백두대간 핵심구역의 훼손이 과도하게 발생할 것'라고 지적했다. 

모델링으로 사업노선 실풍속 유추 어려워

강풍이 빈번한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역시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원주지방환경청은 2021년 4월 재보완을 요구하면서 케이블카 설치 각 지주 지점과 최상단 높이 모두에서 풍속을 실측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재보완서에서 양양군은 실측 대신 WRF(Weather Research & Forecasting Model)와 CALMET 모델을 적용해 사업노선 및 주변 지역에서의 2021년 1년 동안의 풍속을 예측한 결과를 제출했다. 

해당 내용을 검토한 국립기상과학원은 모델링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설악산 AWS와 1.3km 이상 떨어진 사업노선의 격자점의 바람장이 실제와 유사할 것으로 유추하는 것은 무리"라며 "특히 사업 지역처럼 높은 산악 지형에서는 일반적으로 바람장이 공간적으로 선형적으로 변하기보다 복잡한 지형의 영향으로 비균질적"이라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설악산 케이블카 노선처럼 골과 골 사이에 위치한 곳에선 강풍과 돌풍이 심하기 때문에 사업노선과 떨어진 곳에서의 모델링 만으로는 실제 상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순간 돌풍을 측정하고 그 빈도를 측정해 시설 및 운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0분 평균풍속값'이 필요한데 양양군은 풍속 예측과 관측 자료 분석을 하면서 각각 '일평균'과 '시간평균’만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립기상과학원은 "기본풍속과 설계풍속은 10분 평균풍속으로 정의돼 있는데 풍속 예측과 관측자료 분석은 각각 일평균과 시간평균으로 이뤄져 있어 이들 차이가 대략 어느 범위 정도 될 수 있는지 설명추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풍속과 설계풍속에서 재현기간이 500년과 100년인데 예측기간 1년이 풍속으로 인한 시설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획 수립에 충분한 예측기간인지에 대한 추가 설명을 검토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풍속을 실측하지 않고 모델링으로 대체함에 따라 가장 중요한 안전성 확보 검토를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5개 전문기관들의 검토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번 재보완서는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 승인을 위한 7가지 부대조건 가운데 가장 핵심이었던 ⓵산양 문제 추가 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⓶시설 안전대책 보완 ⓷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 대책 추진 등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에 대한 5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살펴본 국회 환노위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21일 "환경부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부동의' 결정을 내리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에 대한 5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살펴본 국회 환노위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21일 "환경부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부동의' 결정을 내리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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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살펴본 이은주 의원은 "결론적으로 양양군이 제시한 재보완대책으로는 설악산국립공원 자연생태계나 자연경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저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산양 등 멸종위기 동‧식물 보호 방안부터 시설물 안전대책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재보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일관되게 말했던 게 바로 전문기관 검토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상기시키고 "자연환경 최우선 보전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기관 검토의견의 중론인 만큼 환경부는 이번 양양군의 재보완서에 대해서도 부동의(재협의) 결정을 내리는 게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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