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신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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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신기원
  • 김기동 기자
  • 승인 2010.06.23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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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와 2-2 무승부... 54년 처녀 출전이후 56년 만에 금자탑

▲ 23일 새벽(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대한민국 대 나이지리아 전에서 박주영 선수가 후반 4분 천금 같은 역전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데일리중앙
한국 축구가 신기원을 열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은 23일 새벽 3시30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모세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와의 B조 마지막 경기에서 2-2로 비겨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1954년 그리스월드컵 첫 출전 이후 56년 만에 이뤄낸 원정 16강행이다.

천신만고 끝에 우리 축구대표팀이 16강행에 성공하자 밤잠을 설치며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대감격에 젖었다.

허정무 감독은 이날 2-0으로 완승을 거뒀던 1차전 그리스 경기에서와 같은 선발 11명을 출전시켰다. 4-4-2 전형에 염기훈(수원)-박주영(AS모나코) 선수가 최전방 투톱으로 배치됐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기성용(셀릭)-이청용(볼턴)-김정우(상무) 선수가 중원에 투입됐다.

여기에 맞서 나이지리아는 야쿠부 아예그베니 선수를 최전방에 두는 4-2-3-1 전법으로 나왔다.

한국의 운명을 가르는 이날 경기에서 선제골은 나이지리아가 터뜨렸다. 2패에 몰린 나이지리아는 초반부터 대공세에 나서 전반 12분 칼루 우체(알메리아)가 치디 오디야의 송곳 패스틀 받아 한국의 수비수를 따돌리고 슛을 날려 한국의 골문을 흔들었다. 차두리 선수가 달려들며 저지에 나섰으나 우체의 슛을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선제골로 기세를 올린 나이지리아는 이후 위력적인 공격을 선보이며 한국 골문을 쉴새없이 위협했다. 특히 우체의 슈팅이 위력적이었다. 전반 22분 한국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 직접 슈팅과 35분 패널티 박스 바깥 정중앙에서 날린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등 붉은 악마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받던 전반 38분 한국에 결정적 기회가 찾아 왔다. 지난 12일 그리스전에서 첫골을 넣었던 상황과 비슷한 위치에서 한국이 프리킥을 얻어낸 것.

1차전과 마찬가지로 기성용 선수가 상대 골문을 향해 공을 올렸고, 오른쪽 문전으로 파고들던 이정수 선수가 머리와 발을 동시에 갖다대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정수 선수는 수비수이면서 3경기에서 2골을 넣어 한국 선수 가운데 최다 득점의 진기록을 세웠다.

▲ 23일 새벽(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대한민국 대 나이지리아 전에서 2-2로 비겨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데일리중앙
탈락 위기에 몰린 나이지리아는 후반 들어 파상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승기는 한국이 잡았다.

한국은 후반 4분 나이지리아 골문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키커로 박주영 선수가 나섰다. 오른발로 감아 날린 슈팅이 상대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천금 같은 역전골이 터졌다. 지난 아르헨티나전 자책골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박주영 선수는 이 골로 속앓이를 완전히 털어냈다.

지면 끝인 나이지리아는 필사적으로 한국을 상대했다. 결정적 찬스를 몇 차례 날린 나이지리아는 후반 22분 한국 골문을 향해 돌진하던 공격수 오바시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패널티긱을 얻어냈다. 김남일 선수의 태클 반칙으로 얻은 이 패널티킥을 야쿠부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 동점을 이뤘다.

이 순간 아르헨티나-그리스전에서 아르헨티나가 1-0, 2-0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하면서 한국 대표팀은 나이지리아와 비기기만 하면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

허정무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비 위치를 일일이 체크하며 원정 첫 16강 진출을 위한 총력전을 지휘했다.

이후 상대 공격수 야쿠부와 마틴스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내주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한국 대표팀은 허정무 감독과 5000만 국민의 염원 대로 나이지라아의 파상 공격을 막아내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예선 1승1무1패로 승점 4점을 얻어 아르헨티나에 이어 B조 최종 2위를 기록,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같은 시간 아르헨티나는 그리스에 2-0으로 승리를 거둬 3승(승점 9)으로 B조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오는 26일 밤 11시(한국시간)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16강전에서 A조 1위 우루과이와 8강 진출을 다툰다.

김기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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