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별은 빛나건만''어느 개인 날' 등 주옥같은 아리아 향연
사랑을 기디리는 여인 초초상의 애닯은 사랑 그린 '나비부인' 객석 박수 쏟아져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이탈리아 오페라 거장 푸치니의 오페라 갈라 콘서트 '올댓 푸치니, 올댓 오페라(All that Puccini, All that Opera)'가 2일 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전석 매진 속에 이뤄진 이날 푸치니 갈라 콘서트는 그랜드오페라단의 기획공연으로 마련됐다. 그랜드오페라단은 2002년 월드컵 기념 문화행사로 개최한 '카르멘' 공연 이후 20여 년 만의 매진 사례라고 밝혔다.
이번 푸치니 오페라 갈라 콘서트 '올댓 푸치니, 올댓 오페라'에서는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푸치니의 4대 걸작이 140분(쉬는 시간 15분 포함)에 걸쳐 펼쳐졌다.
푸치니가 추구한 사랑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 '어느 개인 날' '허밍 코러스'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주옥 같은 아리아와 중창, 대규모 합창의 향연으로 펼쳐쳤다.
유럽 오페라 무대의 살아 있는 거장 마에스트로 카를로 팔레스키(Carlo Palleschi)를 초청해 국내 최정상급 오페라 가수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메트오페라합창단이 호흡을 맞췄다.
이날 공연에는 푸치니 전문 오페라 가수 소프라노 윤정난·김라희·김은경, 테너 김동원·윤병길, 바리톤 김동원 등이 무대에 올라 이탈리아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랜드오페라단 안지환 단장(신라대 음악학과 명예교수)은 "푸치니는 늘 '작은 사람들의 위대한 드라마'를 노래로 만들고자 했고 그것이 가장 큰 공감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가난한 유학 시절 다락방에서 창작열을 불태운 경험이 '라 보엠'이 되고 다섯 살에 아버지를 잃은 뒤 어머니와 보낸 시절은 여성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 나타나 '토스카' '나비부인'을 탄생시켰다는 것.
공연은 △수를 놓아 생활하고 있는 가난한 여인 '미미'의 사랑을 그린 '라 보엠'(배경: 1830년경의 파리) △사랑에 헌신하는 여인 토스카의 비극적 사랑을 노래한 '토스카'(1800년 6월, 로마) △몰락한 가문 출신의 게이샤(일본 기생) 초초상과 미국 해군 중위 핑커튼의 아픈 사랑을 묘사한 '나비부인'(1880년대 개항 당시의 일본 나가사키) △중국 공주 투란도트와 타타르국의 왕자 칼라프의 영웅적 사랑을 펼친 '투란도트'(전설 시대 중국 북경) 순으로 이뤄졌다.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가 부르는 주옥 같은 아리아(오페라에서 여주인공이 부르는 주제곡)에 객석에서는 기립박수를 보내며 화답했다. 일부 팬들은 함성을 지르며 열광했다.
"어느 화창한 날, 바다 저 멀리 배가 들어오면 아! 나는 그이를 만나러 갈 거에요!"
이날 공연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 초초상의 애닯은 사랑을 그린 '나비부인'이 특히 가슴에 와닿았다.
1880년대 개항 당시의 일본 나가사키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나비부인'은 미국 작가 롱(J.L.Long)의 소설과 극작가 벨라스코(D.Belasco)의 희곡을 바탕으로 푸치니가 1903년에 작곡한 3막의 오페라다.
일본적인 선율과 효과적인 관현악법을 통해 동양의 이국적인 정서와 애상을 음악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19세기 말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몰락한 집안 때문에 게이샤가 된 15살 소녀 초초상. 미국 해병장교 핑커튼을 사랑해 결혼하고 아들까지 낳게 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버림받고 자결하고야 만다는 내용을 담았다.
'나비부인'은 초초상이 나비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애칭. 푸치니가 자신이 만든 오페라 여주인공 가운데 가장 사랑했던 캐릭터이자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알려져 있다.
15분 휴식 뒤 다시 막이 오르자 무대 위에는 '저녁은 다가오고'(Vieni la sera)가 울려 퍼졌다. 초초상과 핑커튼이 함께 부르는 이중창이다.
이어 오케스트라와 40명의 남여 합창단의 화음으로 이뤄진 '허밍 코러스'(Humming Chorus)가 2막의 간주곡처럼 흘렀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허밍 코러스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사랑을 기다리는 초초상의 비극을 암시하는 듯 서글프게 들렸다.
2막 1장에 이르러 소프라노 가수가 '어떤 개인 날'(Un bel di vedremo)을 노래했다.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 초초상의 아리아다.
미국으로 돌아가 3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는 핑커튼이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애절한 심정이 절절히 녹아 있는 이 곡은 소프라노 최고의 아리아로 손꼽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녕, 아가야'(Tu piccolo, addio)가 불려졌다.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 초초상이 분신과도 같은 아들을 핑커튼에게 보내기로 하고 자신은 삶을 마감하겠다고 결심한 뒤 부르는 마지막 아리아다.
푸치니는 1858년 이탈리아 북부 루카에서 태어나 1924년 64세의 일기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세상을 떠나기까지 많은 근대 오페라의 걸작을 남겼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