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등 밀원식물 면적 2배 이상 늘려야 꿀벌 집단폐사 막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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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등 밀원식물 면적 2배 이상 늘려야 꿀벌 집단폐사 막을 수 있어"
  • 김용숙 기자
  • 승인 2023.05.18 10:29
  • 수정 2023.05.18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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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와 안동대학교, 꿀벌 집단폐사 원인과 해결방안 담은 보고서 펴내
밀원식물 급감으로 141억 마리 꿀벌이 사라지는 꿀벌군집붕괴현상 촉발
꿀벌 집단폐사 막기 위해 국내 밀원면적을 현재의 2배인 30만ha로 늘려야
밀원식물 종류 다채롭게 구성해 다양한 벌이 연중 꿀을 구할 수 있게 해야
세계적 벌 생태학 권위자 데이브 굴슨 "화분매개자에게 분명히 도움 될 것"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안동대학교 산업협력단은 '벌의 위기와 보호 정책 제안' 보고서를 18일 펴내고 국내 꿀벌 폐사의 원인과 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꿀벌의 집단폐사를 막기 위해 꽃·나무 등 벌의 먹이가 되는 밀원식물 면적을 현재의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료=그린피스)copyright 데일리중앙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안동대학교 산업협력단은 '벌의 위기와 보호 정책 제안' 보고서를 18일 펴내고 국내 꿀벌 폐사의 원인과 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꿀벌의 집단폐사를 막기 위해 꽃·나무 등 벌의 먹이가 되는 밀원식물 면적을 현재의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료=그린피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용숙 기자] 꿀벌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서는 꽃과 나무 등 벌의 먹이가 되는 밀원식물 면적이 적어도 30만ha(헥타르)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현재 국내 분포 밀원 면적(15만ha)을 두 배 넘게 늘려야 꿀벌의 집단 폐사를 멈출 수 있다는얘기다. 

최근 우리나라는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는 등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이 나타나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에 나서는 등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5월 20일 세계 벌의 날을 맞아 안동대학교 산업협력단과 함께 '벌의 위기와 보호 정책 제안' 보고서를 18일 펴냈다.

이 보고서는 국내 꿀벌 폐사의 원인과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벌은 아카시아나무, 밤나무, 유채 등 다양한 밀원식물의 꽃 꿀과 꽃가루를 섭취해 면역력을 강화한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 주요 밀원수인 아카시아나무의 노령화 등으로 인해 한국의 밀원 면적은 지난 50여 년간 약 32만5000ha가 사라졌다. 

밀원식물의 급감은 꿀벌의 영양 부족과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꿀벌은 기생충인 응애, 농약 및 살충제, 말벌 등 피해에 더욱 취약해진 것. 그 결과 최근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는 등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이 촉발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밀원 면적이 최소한 30만ha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유림·공유림 내 다양한 밀원 조성 ▲사유림 내 생태계 서비스 제공 조림의 직접 지불 확대▲생활권 화분매개 서식지 확대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꿀벌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국내 밀원 면적을 30만ha로 늘려야 한다고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것은 이번 보고서가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벌통 하나에 살고 있는 꿀벌의 천연 꿀 요구량은 최소 30kg이며 1ha의 밀원수에서 약 300kg의 꿀이 생산될 수 있다. 국내 250만군 이상의 양봉꿀벌과 재래꿀벌, 야생벌 등을 감안하면 최소 30만ha의 밀원 면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적인 벌 생태학 권위자인 데이브 굴슨(Dave Goulson) 영국 서식스대 생물학 교수도 이번 밀원 면적 목표량에 대해 "타당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개체수가 확인되지 않은 한국 야생벌까지 고려한다면 그보다도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데이브 굴슨 교수는 "이 목표가 실제로 달성된다면 벌을 비롯한 많은 화분매개체의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밀원식물 중에서도 최대한 많은 토종 식물을 심어야 생물다양성이 강화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산림청이 임상도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의 밀원 면적은 약 15만ha에 그친다. 산림청은 해마다 약 3800ha씩 밀원 면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속도대로라면 필요 밀원 면적을 확보하는 데 약 40년, 과거 밀원 면적을 확보하는 데는 약 100년이 걸린다. 

그린피스는 밀원 면적 확대를 위해 국유림·공유림 내 국토 이용 계획과 조림, 산림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특히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특화형 밀원수를 심고 보급한다면 현 상황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밀원식물의 종류를 다채롭게 구성해 다양한 벌이 연중 내내 꿀을 구할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산림면적의 66%를 사유림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유림에서의 밀원 면적 증대를 위해 기존의 '임업·산림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에 밀원식물의 조림과 보호육성에 관한 조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적절한 보상책으로 민간이 자발적으로 밀원 면적 확대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밀원 면적 확대를 위해서는 도시공원 녹지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도심지 공원이나 생활권 부지에 밀원식물이 포함된 화단을 반드시 확보하는 등 생태계 기능을 강화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례로 네덜란드에서는 버스 정류장 지붕에 벌을 위한 정원을 조성해 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린피스는 앞서 제안한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해 범정부적 노력을 펼칠 '꿀벌 살리기 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현재 꿀벌은 '기타 가축'으로 분류돼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고 있다. 농업 생태계 뿐만 아니라 생태 보호구역, 도심 등 다양한 장소에 밀원수를 공급하는 등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산림청,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다른 부처와의 연합이 필수적이다.

이번 보고서를 집필한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밀원식물은 벌 뿐 아니라 천적 곤충들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한다"며 "단순히 벌을 위한 활동이라기 보다는 식량안보는 물론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의 필수적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벌을 가축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화분매개체 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 "꿀벌의 집단 폐사는 기후위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기후위기 대응에도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밀원 면적을 확장하는 등 벌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수립되도록 정부 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김용숙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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