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 5명에 470억원 손배소, 이대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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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 5명에 470억원 손배소, 이대로 살 수 없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3.05.23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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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이은주 의원, 국회에서 기자회견... 대우조선해양 470억원 손배소 취하 촉구
"한화는 470억원 손배소를 즉각 취하하고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하라"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새 출발... 미래시장 선도할 '글로벌기업'
하청노조 "한화오션 임원 연봉 50억원, 노동자들은 3000만원, 이대로 살면 되겠습니까"
대우조선해양이 470억원 손배소를 제기할 때 법원에 납부했던 인지대만 1억4000만원
"국회는 좌고우면말고 사용자의 무분별 손배소 막을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 개정하라"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470억원 손배소송 법률지원단은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옛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제기한 470억원 손배소 즉각 취하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할 것을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 인수업체)에 촉구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470억원 손배소송 법률지원단은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옛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제기한 470억원 손배소 즉각 취하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할 것을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 인수업체)에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한화오션 임원 연봉 50억원, 하청 노동자들은 겨우 3000만원 남짓 연봉 받습니다. 이 기울어진 산업구조, 이 기울어진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이대로 둬도 되겠습니까, 우리 이대로 살면 되겠습니까?"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김 지회장은 470억원 손해배상소송 당사자다.

470억원 손배소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6월 2일부터 7월 22일까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진행한 파업으로 피해를 봤다며 그해 8월 하청노조 집행부 5명을 상대로 청구한 사건이다.

기자회견은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470억원 손배소송 법률지원단이 주최했다.

참석자들은 한화그룹은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470억원 손해배상소송을 즉각 취하하고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한화그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환화오션으로 새 출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명을 한화오션(Hanwha Ocean Co., Ltd.)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관 개정과 9명의 신임 이사 선임 등의 모든 의안을 의결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2곳 등 5개 계열사들이 약 2조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출자해 한화오션의 주식 49.3%를 확보해 대주주가 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16일 본계약 체결 이후 6개월여 만에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한화오션의 대표이사에는 권혁웅 부회장이 선임됐다. 또 사내이사로는 김종서 사장과 정인섭 사장이 선임됐다. 김 사장은 상선사업부장을 맡고 정 사장은 거제사업장 총괄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한다.

먼저 발언에 나선 김재하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470억원 손배소에 대해 "1인당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손해배상하라는 것은 철저하게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짓누르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 이름으로 미래시장을 선도할 '글로벌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사진=한화오션 웹사이트 화면 캡처)copyright 데일리중앙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 이름으로 미래시장을 선도할 '글로벌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사진=한화오션 웹사이트 화면 캡처)
ⓒ 데일리중앙

당장 한화그룹은 소송을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김 공동대표는 "조선소는 업무 성격상 하청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단 한 척의 배도 만들지 못한다"고 했다. 실제로 용접하고 페인트칠하고 배관하고 이 모든 업무는 조선소의 하청 노동자들이 한다는 것.

이어 "한화가 말 그대로 전 세계 자랑스러운 조선업으로 진출하려면 당연히 배를 직접적으로 만드는 기능 기술인들인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하지 않고서 어찌 한화오션이라는 굴지의 세계적 조선소로 발전시킬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주 의원도 한화오션에게 노동자들을 옥죄 있는 잔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철회하고 대우조선해양 시대와 단절할 것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현장에서 수십년간 배를 직접 만들어 온 노동자의 삶과 그들의 자부심을 파괴하면서 어떻게 옛 대우조선해양의 상처를 극복하고 경영을 회복할 수 있겠냐"면서 "아픔을 치유하고 노동자와 공존 공생할 수 있을 때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과 다른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470억원 손배소 당사자인 김형수 지회장은 이날 개최된 한화오션 임시주총 얘기부터 꺼냈다.

김 지회장은 "오늘 임시주주총회에서 임원들의 임금 상한선인 35억원을 42% 증액해서 50억원까지 줄 수 있게 바꿨다는 얘기를 들었다. 퇴직금도 임금의 3배수까지 줄 수 있다고 돼 있던 규정을 6배까지 줄 수 있도록 바꿨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임원들의 경영 책임을 아예 묻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저희 조선하청지회 임원 5명에 대한 손배소는 취하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김 지회장은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가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 그리고 조선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겠냐"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이대로 둬도 되겠습니까, 우리 이대로 살면 되겠습니까"라고 언론 노동자들에게 하소연했다.

김 지회장은 "작년에 우리가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올해도 똑같은 것 같다. 이대로 살 수 없다"며 한화오션을 향해 손배소 취하하고 조선하청지회와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470억원 손배소송 법률지원단'유태영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한 대우조선해양의 잔인성을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당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가 8000억원이라고 하면서도 하루라도 빨리 교섭을 타결해서 농성을 끝낼 수 있는 최소한의 대화에 나서지조차 않았다. 오히려 공권력 투입을 운운하는 정부의 뒤에 숨어 있었을 뿐이다. 노조는 당시 1도크만 부분적으로 점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소 전체의 생산이 올스톱됐던 것처럼 손해액을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노동자들 입장에서는손해액이 470억원이든, 그의 1%인 4억원이든, 인생 전체에 걸쳐서 갚아야 하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470억원 손배소를 제기할 때 법원에 납부했던 인지대만 해도 1억4000만원이라고.

유 변호사는 "한화그룹이 진정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을 정상화하고자 한다면 470억원이라면 무분별한 소송을 즉시 취하해야 한다. 또 하청노조에 대해서는 한 배를 만들고 한 배를 탔다는, 같이 노를 젓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하고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마지막으로 국회는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막을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를 즉각 개정해야 할 것이라 촉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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